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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캐주얼함이 영국의 왕실과 충돌하며 빚어내는 웃음 <걸리버 여행기>
김용언 2011-01-26

희귀하지만, 예가 없는 건 아니다. 고전의 현대화 작업이 늘 비난만 받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제인 오스틴의 <엠마>를 10대 로맨틱코미디로 탈바꿈한 <클루리스>가 있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전세계 소녀들의 로망으로 만들어버린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 그러나 그 사이의 수많은 고전 원작 영화들을 돌이켜보면 고전의 무게를 덜어낸다는 이유로 과장된 웃음에 주력한 영화들이 예외없이 실패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조너선 스위프트 원작을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번안한 영화 <걸리버 여행기>는 어떨까.

걸리버(잭 블랙)는 뉴욕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 관리만 하고 있다. 그는 여행면 에디터 달시(아만다 피트)를 짝사랑하지만 말 붙일 용기도 없다. 괜히 달시 앞에서 허풍을 떨어 자신의 글쓰기 경력을 부풀린 걸리버는 졸지에 버뮤다 삼각지대 여행기를 맡게 된다. 하지만 여행 도중 난데없는 급류에 휘말려 소인국 릴리풋에 표류한다. 그는 이곳에서 수호자이자 영웅으로 거듭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다시피 <걸리버 여행기>는 온전히 잭 블랙에게 의존한다. 물론 <스타워즈>와 헤비메탈에 심취한 전형적인 미국식 캐주얼함이, 명백하게 영국의 엄숙한 왕실을 패러디한 릴리풋과 충돌하며 빚어내는 웃음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쿨 오브 락> <나쵸 리브레> <쿵푸팬더>(목소리 출연) 등으로 익숙해진 잭 블랙 특유의 뚱하고 뻔뻔한 매력이야말로 <걸리버 여행기>를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다. 걸리버는 ‘거인’이지만, 지나치게 나이브하게 상황소극으로만 흘러가는 영화를 어깨 위에 걺어지고 있는 잭 블랙에게는 <걸리버 여행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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