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사극영화와 드라마에서 탐정이 아닌 주인공은 거의 없었다. <허준>의 허준이 무술실력까지 뽐내며 갖가지 미스터리를 돌파한 이후, <대장금>의 장금은 의술로 부모의 죽음에 얽힌 음모를 풀어냈고,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과 김홍도는 그림에 숨긴 비밀을 파헤쳤고,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은 학문적 지식과 탐문을 통해 정치적 음모를 밝혀냈다. 한 내의녀가 궁녀의 세계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영화 <궁녀>도 마찬가지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은 이러한 사극 트렌드의 최신판이다. 사극의 미스터리 트렌드가 역사소설의 붐에 힘입었듯이, <조선명탐정> 역시 김탁환의 역사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각색했다.
기존의 미스터리 사극과 다른 것이 있다면, <조선명탐정>에는 진짜 탐정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조선시대 정5품에 해당하는 탐정(探正)이란 벼슬이 있었다는 유머에 가까운 설정을 먼저 내세운다. 공납비리의 음모를 파악한 정조는 탐정(김명민)에게 배후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관료들이 연쇄적으로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탐정의 수사는 난관과 위기에 부딪힌다. 탐정은 우연히 만난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열녀감찰 업무로 위장해 사건의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하고, 이곳에서 사건과 관계된 여인인 한객주(한지민)의 비밀을 알게 된다.
<조선명탐정>이 TV드라마가 아닌 영화로서 승부하는 지점은 코미디와 액션이다. 극중 탐정은 셜록 홈스만큼 갖가지 지식에 능한 한편, “가볍고, 염치없고, 쪼잔하고 겁 많은” 남자다. 김명민이 연기하는 탐정의 캐릭터, 그리고 그와 왓슨에 해당할 서필 역의 오달수가 주고받는 호흡은 영화 속 코미디의 8할이다. 오달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김명민은 <내 사랑 내 곁에>나 <파괴된 사나이> 등 그동안 영화에서 보인 모습보다 더 풍부한 활력을 드러낸다. 이들이 쉴새없이 달리고 구르는 액션의 속도감 또한 활극적인 리듬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탐정과 서필이 파헤치는 미스터리는 실체에 근접해갈수록, 감당이 어려울 만큼 복잡해진다. 많은 양의 대사와 반복되는 재현을 통해 사건을 묘사하지만 영화보다는 글로 읽고, 다시 관계도를 직접 그려봐야 이해될 법한 연출이다. 탐정과 서필의 캐릭터로만 본다면 <조선명탐정>은 이후의 시리즈를 기대할 만한 영화다. 다만, 지금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