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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낭만적인 로맨스의 기록이자 두 사회의 대차대조표 <쿠바의 연인>

연인을 만들기 위해 그 먼 나라 쿠바까지 갔던 건 아니었다. <쿠바의 연인>의 감독은 쿠바가 그냥 좋았다. 다른 곳에 가 있어도 쿠바에 마음을 두고 다녔다. 이번에는 좀더 있으리라 마음먹고 다시 한번 그곳에 발을 들였을 때 그녀의 가장 큰 운명이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쿠바 남자 오리엘비스를 만난다. 그는 그보다 몇살 연하이며 매력적인 용모에 디자인을 공부하고 쿠바인 대개가 그러하듯이 흥에 겨운 리듬을 즐길 줄 아는 음악인이다. 둘의 감정은 카스트로의 행렬을 보기 위해 몰려든 쿠바 군중 사이에서 피어났다. 친구이거나 동생일 줄 알았는데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쿠바를 떠나 한국에 도착해 새 삶을 시작한다. 이제 곧 세상에 나올 아이와 함께.

쿠바 남자와 한국 여자가 쿠바에서 만나 쿠바식 사랑에 빠진 다음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식 현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해서 완성됐다. 감독은 자신의 이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한편의 영화로 만들었는데, 영화는 낭만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자기도취에 취한 한편의 영상 일기에 불과했다면 <쿠바의 연인>은 초라해 보였을 것이다. <쿠바의 연인>이 주는 자극은 그보다는 훨씬 생생하다. 다큐 감독 정호현은 전작 <엄마를 찾아서>에서 기독교 문화 안에 깊숙이 살고 있는 엄마와 거기에 동조하지 못하는 자신의 갈등을 소재로 해 어딘가 신랄하면서도 유쾌한 사회적 일화 하나를 그려냈는데 그 실력이 <쿠바의 연인>에서도 빛난다. <쿠바의 연인>의 많은 사적 대화는 어느새 사회적 질문이 되어 영화의 곳곳에 배치된다.

“획일화된 교육이다. 외국에 나가 일할 자유가 부족하다. 모두가 평등한 것이 아니라 평등하게 가난한 것이다”라며 쿠바 친구들은 지금의 쿠바를 불평한다. 하지만 감독의 남편이 된 쿠바인 오리엘비스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한국의 한 택시 운전사는 정확하게 그 정반대의 짝을 이루는 찬사의 논평을 늘어놓는다. 감독은 서로 다른 곳에서 일어난 그러나 자기의 주변에서 벌어진 그 개별의 대화와 경험담을 모아 재치있게 영화에 재배치하고 그 다음 그것들이 사회적 질문에 닿도록 무리없이 유도한다. 쿠바와 대한민국은 서서히 영화 속에서 서로 마주보고 섞여들어가 생활 속의 비교들을 낳는다.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이루자 우린 거기서 사회(社會)를 본다. 그러니 <쿠바의 연인>은, 한 개인의 낭만적인 로맨스의 기록이되 지극히 현실적인 두 사회의 대차대조표이기도 할 것이다. 양쪽이 공히 유쾌하고 유연하게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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