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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의 행로를 따르는 전력질주가 불러오는 쾌감 <황해>
이화정 2010-12-29

2008년 <추격자>의 흥행은 단순하지 않았다. 나홍진 감독이 꾸려놓은 스릴러의 법칙과 캐릭터의 모양새는 곧 올해 한국영화의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나홍진은 꼬박 1년여 만에 자신이 만든 세계를 <황해>를 통해 확장하려 든다. 시작은 옌벤의 구남(하정우)이다. 아내를 한국에 보내느라 빚을 진 그는 빚 갚기에 급급하다. 옌벤의 구남이 서울로 무대를 옮기는 건 이 희망없는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다. 조선족 브로커 면가(김윤석)는 구남의 빚을 탕진할 조건으로 서울 가서 사람을 죽여달라 제안하고, 결국 구남은 밀항을 선택한다.

<추격자>의 전력질주는 <황해>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총 네 챕터로 이루어진 <황해>는 구남의 행로를 따라 오롯이 시간을 엄수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시작인 옌벤이 예상처럼 사건의 발단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구남을 찾아 면가가 한국으로 오면서 이 모든 부패와 악의 출발점도 한국사회로 옮겨진다.

조선족을 조명할 사회드라마로 귀결되는 대신, 영화의 폭발지점에 다다르는 순간 <황해>는 결을 달리한다. 현실성을 벗은 캐릭터들의 모습은 장르영화 속 인물로 탈바꿈한다. 면가의 폭력은 절대악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구남은 희생양이지만 비현실적인 영웅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준다. 하드보일드 영화의 과장된 폭력을 시발점으로 분위기를 바꾼 영화는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끝까지 질주한다. 덕분에 속도전이 불러오는 쾌감은 엄청나지만, 그 과정에서 스토리의 당위성, 캐릭터들이 주어야 할 설득력 혹은 사건의 열쇠가 될 연결고리들은 다소 마모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황해>의 단점들이 ‘선택’에 가깝게 읽혀지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평가받을 수 있는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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