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장이었던 존(러셀 크로)의 행복은 어느 날 아침, 사라진다. 아내 라라(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직장상사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존의 비극은 아내를 향한 무한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증거와 목격자의 증언, 상사와 아내의 평소 관계까지 모든 정황이 재심의 여지가 없지만 존은 아내의 범죄를 의심하는 것부터가 죄라고 여긴다. 무죄를 입증할 가능성이 사라지자, 절망한 라라는 자살을 시도하고, 아내를 구하는 일이 자신을 살리는 길이나 다름없는 존은 결국 그녀를 탈옥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전을 준비하던 존은 아내의 이감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3일뿐이다.
<쓰리 데이즈>는 <크래쉬> <엘라의 계곡> 등을 연출한 폴 해기스 감독이 프랑스영화 <애니싱 포 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들의 죽음에 얽힌 전장의 비밀을 직접 파헤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엘라의 계곡>을 떠올린다면 아내를 탈옥시키려는 남편의 사투 또한 어울리지 않는 소재는 아닐 것이다. 다만 사회의 병증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담아온 폴 해기스의 전작과 달리 <쓰리 데이즈>는 위기에 처한 인간이 파괴되어가는 모습과 탈옥의 과정이 지닌 긴장감에 주목한다. 존이 만난 탈옥 전문가(리암 니슨이 잠깐 출연한다)는 그에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 되도 괜찮냐”고 묻는다. 그의 경고는 얼마 가지 않아 존의 고통으로 입증된다. 대학 강사였던 존은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구하지만, 곧 UCC동영상을 통해 방법을 찾고, 도시의 뒷골목에서 거래를 트며 급기야 다른 이의 목숨까지 위협하기에 이른다. 폴 해기스의 연출과 러셀 크로의 연기는 이 과정에서 존이 감당해야 할 좌절과 두려움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제의식과 별개로 <크래쉬>에서 나타난 폴 해기스의 손길이 느껴지는 또 다른 부분은 탈옥의 풍경이다. 존이 계획하는 탈옥은 사실상 감옥이 아닌 도시로부터의 탈출이다. 영화는 이야기의 배경인 피츠버그의 건물과 도로, 지하공간 등의 질감을 담아내면서 존의 탈출을 중계한다. 감독의 과욕 때문인지, 러닝타임이 다소 길지만 탈옥의 서사로서 영화가 갖춘 긴장감은 그 또한 극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진중한 태도로 탈옥의 과정을 묘사하는 <쓰리 데이즈>에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장르적 쾌감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폴 해기스가 지닌 흥미로움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