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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두만강>과 <무산일기>, 가슴이 시리다
문석 2010-12-20

<두만강>

추위가 장난 아니다. 엄청난 한기에도 불구하고 서울독립영화제는 성황리에 치러졌다고 한다. 하지만 서독제에서 본 두편의 영화는 극장 주변의 뜨거운 열기와 무관하게 마음속을 싸늘한 얼음장으로 만들어놓았다. 그건 장률 감독의 <두만강>과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다. 이미 부산영화제에서 많은 이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던 두 영화는 겨울을 배경으로 탈북자를 소재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슴속을 황량하게 만든 건 물론 시간적 배경과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두만강>은 ‘장률 감독의 최고작’이라는 김영진 평론가의 이야기처럼 장률 감독 특유의 미니멀리즘 안에서 거세고 격렬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영화다. 탈북자들이 거쳐가는 두만강 인근 중국 동포 마을을 무대로 한 이 영화는 단지 탈북이라는 현실을 넘어 탈북자들과 조선족 동포 사이의 유대와 증오, 모국에 대한 애정과 혐오, 그리고 ‘인간의 조건’에 관해 시종 건조하게, 그러나 힘있게 묘사한다. 장률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두만강을 계속 건너는지, 또는 건너지 못하는지 설명하지 않지만 그 건넘과 건너지 못함 사이에 비극이 움트고 있음을 드러낸다.

탈북자를 중심에 놓을 때 <두만강>이 그 시작점에 해당한다면 <무산일기>는 종착점을 다루는 영화다. 어려운 여정 끝에 남한에 정착한 <무산일기> 속 탈북자들의 고난은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남한사회의 최변방에서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이를 악물고 마음을 추스른다 해도 불우한 운명의 끈은 이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박정범은 주인공 전승철을 비롯한 탈북자들의 삶을 시종 웃음기없는 표정으로 냉정하게 묘사한다. 계속 내몰리다 못해 결국 다른 탈북자를 등쳐먹으며 ‘일어서는’ 전승철의 모습에서는 <대부2>의 비토 콜레오네나 <이스턴 프라미스>의 니콜라이가 언뜻 스쳐갔다.

그러고 보면 최근 들어 유난히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2008년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을 필두로 올해 <의형제>와 <무적자>가 탈북자를 영화 안에 녹여냈다. 영화가 탈북자들을 포커스 안으로 끌어들이는 이유가 현실을 반영하려는 경향 탓이라고 한다면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들의 상황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을 게 틀림없으니 말이다. 현실이 이런 한 그들의 모습에서 최악의 빈곤층을 발견하든 아웃사이더 중 아웃사이더를 발견하든 미래의 반란세력을 발견하든 어쨌거나 영화 창작자들은 탈북자들을 영화 속으로 더욱 빈번하게 들여올 것이다.

위키리크스에서 밝혀졌듯, 편안히 누워있다 보면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흡수통일이 될 것이라 믿는 이 정부를 보고 있으면 한심하기만 하다. 탈북자 2만명에 대한 대책 하나 못 내놓으면서 흡수통일 이후 발생할 수천만 ‘탈북자’를 대체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건가. 뼛속까지 시린 이 추위는 어쩌면 허한 가슴에서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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