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허튼의 얼굴에서 ‘미국 중산층 가정의 그늘’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티모시 허튼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보통 사람들>(1980)에서 그는 극도의 우울증을 겪는 고등학생 콘래드 자렛을 연기한다. 자신 때문에 형이 죽었다고 괴로워하는, 그의 죄책감은 겉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이는 부유한 가정에 균열을 조금씩 드리운다. 유순하다가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극과 극을 오가는 열연 덕분에 그는 오스카상 조연상과 골든 글로브 조연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19살.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티모시 허튼은 외도하는 아내 때문에 늘 불안해하거나(<라임 라이프>(2008)), 24살짜리 여자와의 새로운 사랑을 위해 가정을 해체하려 한다(<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2009)). <보통 사람들>의 강한 인상 때문일까. <프렌치 키스> <굿 셰퍼드> 등 각기 다른 장르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늘 ‘우울한 미국의 얼굴’부터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