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대담집. 7개월220일 동안 수시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이를 책으로 묶었단다. ‘엄친아 조국 교수는 국내외 일에 모르는 것이 없고 사상도 올바른데다 꽃미남이기까지 하다’는 내용으로 지면을 채우고도 남겠지만(내심 그러고도 싶지만), 이 책 가득한 멋진 이야기들을 소개하기만도 벅차다.
조국 교수는 말한다. ‘어린 학생들의 선행학습을 막고 의무적으로 놀게 하자’, ‘연차휴가 다 쓰기 운동을 벌이자’, ‘서울대를 분할하자’, ‘삼성 같은 재벌에는 노조의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 등등. 이 얼마나 솔깃한가. 현실성 없어 보인다고? 아니, 충분히 가능할뿐더러 외국에서는 이미 하고 있단다. “현재 한국의 부의 규모는 서구에서 ‘복지국가’가 이루어졌을 때 그 나라의 부의 규모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진보의 ‘집권 플랜’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진보 진영이 더 나은 사회의 비전을 보여주자는 것. “진보가 밥 먹여주냐”며 묻는 이들에게 “진보는 밥 먹여준다”고 답해야 한다. ‘정권이 달라지고 사회가 바뀌면 내 생활도 좋아지는구나’라고 평범한 사람들이 실감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진보 집권 ‘이후의’ 플랜일지도 모른다. 2012년이나 2017년에 어떻게 대선을 치를지, 합종연횡의 신묘한 ‘정치 공학’을 이 책은 다루지 않는다. 말미에 여야 정치인 몇몇에 대한 인물평이 실려 있지만 역시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
<은하영웅전설>이나 <삼국지>에서 볼 법한 기기묘묘한 책략이 없다는 점은, 이 책의 약점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근사한 꿈을 들려주면서도 허황된 말은 하지 않기에, 우리는 오연호 대표와 조국 교수를 신뢰하는 것 아닐까? “진보·개혁 진영의 사람들은 매력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보수라고 여기는 이들이 ‘저 사람 생각에 동의하진 않지만 저 사람 괜찮은 사람이야, 믿을 만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죠.” 나의 눈에는 어쩐지 조국 교수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