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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쌓아올린 벽돌처럼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아트하우스 모모서 11월11부터 17일까지

<콜하스 하우스라이프>

건축가 장 누벨은 건축과 영화를 비교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가 들고, 외부의 속박과 검열 속에서 의견 일치를 구해야 하며, 구상 과정은 관념적이지만 현실과 교류해야 한다는 점에서 건축과 영화는 동일하다”고. 만약 그의 말대로 영화와 건축이 현실과 타협한 장르라 할지라도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이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능적인 것을 배제하지 않는 대신에 건축은 꼭 기능적으로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스스로 상정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플롯을 버리지 않는 대신에 영화는 다른 요소들로 이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활로를 구축했다. 이들 건축과 영화가 한데서 만난다.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설계자로 유명한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이화여대 ECC 내의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11월11부터 17일까지 개최된다.

<비주얼 어쿠스틱스>

개막작인 <비주얼 어쿠스틱스>(2008)는 미국의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만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더스틴 호프먼이 내레이션을 한 이 작품에는 <인사이더>와 <퍼블릭 에너미> 촬영으로 유명한 단테 스피노티와 디자이너 톰 포드 등 여러 유명 인사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슐만이 찍은 모더니스트 건축물의 사진들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특히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22’를 담은 부분이 좋다. 합리성과 기능성을 위주로 한 국제주의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슐만의 작업을 통해 극대화된다. 그는 대지의 모양과 조화되는 건축물의 외형을 능숙하게 포착해내는 포토그래퍼였다. 건축은 사진을 통해, 사진은 다시 영화를 통해 다른 장르의 예술로 탈바꿈한다.

건축가 렘 콜하스의 보르도 주택을 배경으로 한 <콜하스 하우스라이프>(2008) 역시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카메라는 시종 건물의 청소를 맡은 가정부의 뒤를 쫓는데, 일상생활이 아닌 관리의 측면에서 본 이 건축물은 구석구석이 혼돈과 결점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작은 타이틀로 나뉜 경쾌한 시퀀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메종 보르도에 매료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둥그런 창문은 매시브한 구조물이 가진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이는 어느 미술관에 전시된 어떤 작품보다도 더 감동적이다.

<건축가의 배>

건축영화가 굳이 다큐멘터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건축가의 배>(1987) 외에도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시네마 드라마 부문 촬영상을 수상한 <성가신 이웃>(2009)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미니멀한 프레임을 통해 세련되게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근대 모더니즘 건축사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아르헨티나의 ‘쿠르체트 하우스’가 배경이다. 성공한 산업 디자이너인 레오너드는 옆집에 사는 빅터가 이 건물을 향해 창문을 내면서부터 일조권과 프라이버시를 두고 이웃간의 다툼을 시작한다. 흥미로운 플롯과 다양한 각도로 찍힌 쿠르체트 하우스의 내부, 잘 짜인 인물간 동선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이외에도 <한국 건축 문화의 60년>이란 제목으로 기획된 특별 상영을 비롯해 영화제는 총 9작품으로 구성된다. 건축물이 주제가 되거나 주요 피사체인 영화가 대부분이다. 자세한 시간표는 영화제 홈페이지(cafe.naver.com/siaff)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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