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 콜하스의 1998년 작품인 프랑스 보르도 주택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스타 건축사인 렘 콜하스나, 또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보르도 주택이 아니다. 이 영화는 보르도 주택을 답사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시작해, 주택 구석구석을 관리하는 뚱뚱한 중년의 가정부 과달루페 아세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신발', '커튼', '계단'등의 제목이 달린 작은 에세이의 모음과도 같은 구성은 과달루페가 집안 이리을 하면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여러 요소들을 보여준다. 즉 이 영화는 하나의 건축물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과 평상시에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일상적인 차원에서 건축물이 어떻게 인간에게 친밀성을 구현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나선형의 좁은 계단은 과달루페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움직이기에는 불편하며, 거대한 공간에서 사용자의 동선을 돕기 위해 설치된 전동 장치들은 자주 고장을 일으킨다. 창문과 경사로, 조이스틱과 자동장치 등 이 주택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작은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과달루페의 발걸음에 따라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 건축사가 설계한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래서 주택의 내부와 외관 모두 파격적인 디자인과 공간 구성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결점은 발견된다. 빗물이 새는 벽면의 구멍들과 녹이 슬 위험이 있는 재료들은 변화와 정비를 필요로 한다. 경쾌한 음악과 담백한 영상, 유머러스한 편집이 돋보이는 편안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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