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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간결하고 담백하며 우아한 무협영화 <검우강호>
주성철 2010-10-13

명나라 시대, 800년 전 사라진 라마의 유해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의 검객이 모여든다. 하지만 유해의 일부를 한 사찰에 맡겨놓고 속세를 떠난 증정(양자경)은 얼굴도 바꾸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간다. 한때 흑석파의 자객이었던 증정을 찾기 위해 흑석파의 우두머리인 왕륜(왕학기)을 비롯해 나머지 킬러들인 옥(서희원), 레이빈(여문락), 마법사(대립인)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그녀를 수소문한다. 한편, 증정은 같은 마을에 사는 심부름꾼이자 허드렛일을 하는 지앙(정우성)의 순수한 마음에 이끌려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함께 들른 은행에서 정체 모를 자객의 공격을 받게 되고, 남편 지앙을 구하기 위해 증정이 옛 실력을 발휘하면서 서서히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고전 무협영화의 팬이라면 매 장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절대 무공을 선사한다는 라마의 시체와 애타게 그를 찾는 사람들,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옛 암살자, 그를 찾는 잔인무도한 자객들, 원수의 자식과 빠진 사랑. 오우삼이 심혈을 기울여 선택했다는 대만 출신 감독 수차오핑은 마치 고전 무협영화들의 엑기스만을 뽑아놓은 것 같은 설정과 흐름으로 <검우강호>를 완성했다. 세상 아무도 믿지 않는 스승이 제자에게 무공을 가르치며 일부러 4가지 결점을 심어놓고, 사라진 자객이 어떤 동작을 취했는지 시연해 보이고, 그 정체를 알아내는 고수의 예리한 감각 등 <검우강호>는 세계시장을 겨냥했다고 말하기에는 오히려 굉장히 ‘로컬’한 장르적 심미안으로 완성한 무협영화다.

그런 점에서 <검우강호>는 최근 ‘무협 블록버스터’의 흐름 속에서 무척 간결하고 담백하며 우아한 무협영화다. 동시에 구조가 탄탄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대역을 감수하고라도 왕학기처럼 대배우를 악당으로 설정해놓은 건 탁월한 선택이다. 그는 마치 과거 쇼 브러더스 영화의 단골 악역으로 등장했던 곡봉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드디어 영화에서 사랑을 이룬 양자경의 이미지는 <검우강호>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나 연인을 얻고 싶었으면 자신이 직접 제작한 <터치>(2002)에서 기어이 긴 키스신을 넣은 그녀였다.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다. 물론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급소를 맞아 거동이 불가능함에도 기어이 비틀비틀 일어나고야 마는 정우성의 모습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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