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과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
<마루 밑 아리에티> 기자간담회는 영화 속 무대이기도 한 도쿄도 고가네이시에 자리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가 온실에 붙어 있는 ‘까마귀 조심’ 표어가 <마루 밑 아리에티>의 한 장면을 연상시켜 웃음이 났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첫 직장 지브리에서 14년간 애니메이터로 성장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연출 데뷔작. 지브리 직원들이 그를 일컫는 별명은 옛 일본 귀족의 이름에 돌림자처럼 붙던 ‘마로’(麻呂)라고 한다. 본인은 이유를 모르겠다지만 단정하고 수줍은 몸가짐이 ‘도련님’답다.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는 <마녀 배달부 키키>부터 지브리 장편 제작을 이끌어온 베테랑으로, 스튜디오 창시자 중 한명이다. 최근에는 <토이 스토리3> 엔딩 크레딧의 ‘특별 감사’ 명단에서 그 이름을 볼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작품이 바뀌어도 지브리를 지브리로 만드는 본질적 요소는 무엇인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마루 밑 아리에티>를 통해 거기 어떤 새로움을 더하려 했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 가족의 이상적인 상태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한 공감이 지브리의 변치 않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거기에 우리가 사는 세계의 생생함과 캐릭터의 활발함을 보태려 했다.
-<마루 밑 아리에티>의 배경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 고가네이시(도쿄도는 구와 외곽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인데.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 스탭들이 관찰하고 스케치하기 편리해서 가까이에서 무대를 찾았다.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고가네이 남쪽에는 노가와강이 흐르고 절벽도 있다.
-영국 작가의 1953년작을 일본의 이야기로 옮기면서 각색한 부분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 당시는 큰 전쟁의 여파가 남아있을 때였다. 인간성에 대한 불신, 대량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이 원작에 있다. 특히 나는 멸망해가는 종족을 그리고 싶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 문제도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통해 표현하면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충고했다.
-아리에티 가족이 등장하는 장면은 사운드 디자인이 다르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 인간의 음향이 소인의 귀에 어떻게 들릴지 상상했다. 시계 초침도 둥둥거리고 냉장고 소음도 서라운드로 들릴 거라 생각했다. 소인이 주인공이란 점을 고려해 소리뿐 아니라 배경과 촬영방법, 움직임의 표현방식도 많이 고심했다.
-3D영화가 대세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3D애니메이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나. = 스즈키 도시오 : 전혀. 현대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있다. 우리는 인간이 수작업으로 해낼 수 있는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보고 싶다. 오해하지 마라. 3D영화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곧 싫증날 거라고 본다. 영화의 역사는 움직임, 소리, 천연색이 불러온 놀라움의 연쇄이긴 했지만 지브리가 사랑받는 이유와 생존전략은 그게 아니라 옛것을 지키는 거다.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받은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인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 14년간 애니메이터로서 경험한 전체가 영향이다. 감정이 솟구칠 때 캐릭터의 머리칼이 부푼다거나, 눈물방울을 유난히 커다랗게 그리는 지브리 양식은 무의식적으로 내게도 내면화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