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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마다 찬사와 수상을 거머쥔 화제작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이화정 2010-09-01

칸 비평가 주간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지난 6월, 칸에서 첫 공개된 이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시네마디지털서울 등 이후 공개되는 영화제마다 찬사와 수상을 거머쥐며 화제작 반열에 올랐다.

영화는 은행 직원 해원(지성원)이 친구 복남(서영희)이 살고 있는 어릴 적 고향 무도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폭행당한 여성의 목격자가 된 해원은, 이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되고 가해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참이었다. 평화로운 섬 무도에서의 스트레스 해소는 잠시 잠깐. 알고보니 섬은 형언할 수 없는 폭력의 공간이었다. 복남은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받고, 시동생에게 수시로 강간당하며 짐승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사정을 아는 시어머니를 비롯해 이웃의 어느 하나 복남에게 친절하지 못한, 섬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영화가 여성 잔혹사를 서술하는 것은 절반 지점까지에 불과하다. 섬사람들의 잔혹함에 딸을 잃은 어미 복남의 본성이 살아나면서부터, 이후 영화는 복수 활극으로 장르의 탈을 바꿔 쓴다. 이 과정의 표현수위는 고어, 슬래셔를 방불케 하지만, 실제 관객 체감은 좀 다르다. 복남의 억울함을 선체험한 관객에게 더이상 이 가해는 물리적인 복수가 아닌, 정서적인 것과 결합되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낫을 치켜든 복남이 마치 전세대, 학대받고 핍박받던 한국 여인 수난사의 대변자가 된 경우다. 판타지에 가까운 이 대리 복수는 통쾌하고 짜릿하다. 신예 장철수 감독의 작품.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경력이라는 출신 성분에 어울리게 이 매혹적인 데뷔작은 단돈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기교를 부리지 않는 최소한의 화면 연출로 최대한의 승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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