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트 스토리’는 홍대에서 유명하다. <원스>의 주인공인 그룹 ‘스웰시즌’의 글렌 한사드가 내한공연장 로비에서 사전 공연하던 메이트를 보고, 본공연 무대에 서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때까지 음반도 내지 않은 밴드였다. 알고보니 난데없는 요행수는 아니었다. 그룹 결성 전, 이미 정원영밴드 등에서 익힌 음악성이 뒷받침된 탄탄한 신예였다. 남다정 감독은 그룹 메이트의 조금은 버라이어티하면서도 소소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다룬 음악영화 <Play>(가제)의 촬영을 준비 중이다.
남다정 지나고 보니 메이트와 영화 작업하는 게 의미심장하다. 음악영화를 연출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룹 메이트와 함께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야기가 나오기 바로 일주일 전, TV에 출연한 메이트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터였다. 꼭 같이 해보고 싶더라.
이현재 영화 잘되면 운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안되면 또 뭐라 말하실지 모르겠다. (웃음)
남다정 지난해 10월 첫 만남을 가졌는데, 처음엔 음악영화를 해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가 될지, 아니면 픽션이 될지 규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준일 영화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왜 찍나 싶더라. 데뷔한 지 고작 5개월된 밴드, 활동도 어찌 될지 모르는데. (웃음) 영화 될 정도로 대단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도 왜 제안을 했는지 얘기나 들어보자 싶어 만났다.
남다정 밴드 메이트로 활동은 이제 시작이지만, 멤버 셋이 만나기 이전부터 따라간다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음악을 시작할 때의 초심, 셋이 만나게 된 과정, 그룹 스웰시즌이 준 기회 모두 영화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준일 시나리오 보니 90% 이상이 진짜 우리 이야기더라. 우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픽션과 팩션의 중간 지점 정도다.
남다정 지난 몇 개월간 멤버들을 좀 괴롭힌 결과다. 만나서 일대일로 수다를 떨었다. 말이 수다지, 막상 해보니 쉽지 않더라. 취조하듯이 아픈 사정까지 캐내야 하는 임무였으니 말이다.
이현재 만나서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모든 걸 털어놔야 하니. 진솔해져야 하는 게 참 어렵더라.
남다정 첫 시나리오와 그래서 좀더 친해진 두 번째 시나리오가 많이 다르다.
임헌일 다행히 알고 보니 감독님과 우리가 취향이 잘 맞는 거 같다. 음악영화 얘기도 잘 통하고. 감독님이 좋아하는 영화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남다정 음악영화라고 해서 애초 너무 비장해지고 싶지 않았다. 요즘 음악하는 친구들에게 너무 가난해서 기타 하나 메고 서울 상경한 스토리, 술이나 약에 절어 허우적대는 모습 같은 건 없다. 멤버들의 소소한 생활을 모자이크하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 음악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나올 것 같았다. 다른 음악영화와는 결이 많이 다른 작업이다.
정준일 처음부터, 음악을 하지 않는 이들이 음악에 대해 이미지만 가지고 접근하는 건 피하자고 합의했다.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음악 하나로 대박나는 그런 것도 현실성이 없지 않나. 환상도 훈계도 꿈도 걷어내고, 좀 재미없어도 이렇게 사는 아이들이 있다.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현재 그래도 감독님이 우리가 주연이라고 참 많이 포장해주셨다. 시나리오 나온 거 보고, 멋있게 해주려고 노력 많이 해주셨구나 싶더라. 나중에 영화 보면 알겠지만, 그것보다 실제 생활은 더 평범한데 말이다.
정준일 영화음악을 만드는 것도 큰 일이다. 기존 메이트의 곡이나 각자 작업물을 쓴다고 하더라도, 정규 앨범 새로 작업하는 일 정도의 양이다. 음악과 영상에 맞게 존재해야 하는 영화음악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요즘 조성우, 이병우 감독님의 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보통 일이 아니구나, 잔뜩 긴장하고 있다. 메이트가 하는 밴드 형식 곡뿐 아니라 활동 이전의 기록들, 재즈곡, 연주곡 등 다양하게 관심뒀던 곡들을 망라해서 작업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임헌일 일종의 1.5버전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밴드 사운드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영화 <애즈 갓 커멘즈>를 보면서 그런 밴드 사운드가 가미된 O.S.T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 영화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 기회를 통해서 영화음악도 좀더 파보고 싶다. 또 하나의 꿈같은 게 생기는 것 같다.
정준일 이번 작업이야 우리 이야기니까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에 도전하는 건 조심스럽다. 엔니오 모리코네 정도가 안되면 안 하는 게 낫겠다. (웃음) 그가 작곡한 <러브 어페어>의 피아노 솔로를 보면 1분40초 음악 하나로 열 트랙을 만든다. 그런데 그 열 트랙이 다 다르게 표현된다. 자신없는 세계다.
임헌일 오히려 영화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그 영상을 이해시킬 수도 있겠다 싶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뉴에이지 음악도 그냥 들으면 어렵지만 영상과 합쳐지면 이해가 빠르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 <굿 윌 헌팅>이나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엘리엇 스미스 노래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남다정 내 다음 영화 음악작업 해달라고 예약해야겠다.
임헌일 그때도 싸게 해줄 수 있다. (웃음)
정준일 적어도 자본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협업이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의 최대 장점이 그런 거다. 대형 제작사, 배급사가 관여했을 때만큼 프로모션은 되지 않지만, 콘텐츠의 자율성은 보장될 수 있다. 이번에 개런티 없이 참여하니 작업 자체는 오히려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남다정 난 이 영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 예전에는 만들어놓은 사람 안에 나를 투여했다면, 지금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실제 100% 각자의 모습,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 될 거다.
정준일 우린 정규 라디오나 페스티벌 말고 모든 활동을 접고 당분간은 영화에 올인한다. 2집 앨범 작업도 올스톱했다.
임헌일 영화는 철저히 감독님의 예술이니 믿고 가겠다. 그래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가을쯤 촬영이 시작되니 요즘은 카메라에 익숙해지려 노력 중이다. 이번에 일본 서머소닉에 공연 갈 때도 일부러 비디오카메라 가져가서 찍고 그랬다.
이현재 전문 배우가 아니니 촬영때 감독님, 아마 굉장히 힘드실 거다. 우린 배우가 아니니 오히려 즐겁게 촬영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웃음)
정준일 그러게 말이다. 다행히 스스로를 연기하는 거니 후진 연기가 커버되지 않을까.
임헌일 글렌 한사드에게도 우정출연 해달라고 이메일 보내놨는데 연락이 없네. (웃음)
<대표작>
남다정 <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2009) <황금시대>(2009)
메이트(이현재, 임헌일, 정준일) <Be Mate>(2009) <With Mate>(EP,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