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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탈리아영화의 현장을 보다
장영엽 2010-08-26

제2회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 전시부문

촬영 장면

8월27일~9월11일/인천 송도디오아트센터/02-575-3670

부둥켜안은 연인들이 고이 누운 침대 곁으로 삐져나온 붐마이크. 혹은 지금 막 눈물 지으려는 여인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는 슬레이트.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영화 현장사진을 자주 접하는 편인데, 그 사진들은 볼 때마다 흥미롭다. 영화가 프레임 바깥으로 애써 밀어내려 하는 현실의 조각들이 실마리처럼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현장사진은 자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예술(영화)도 아닌 것을, 현실도 아닌 것을,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해서가 아닐까. 그러나 영화 현장 사진에 대해 난처한 태도를 가지고 있던 이도 이 전시를 보면 마음을 굳힐 것이다. 현장사진은, 엄연한 예술작품이라는 쪽으로 말이다.

이탈리아영화의 맨 얼굴을 담은 전시가 열린다. 제2회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총 세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의 바레제 영화미술관에서 주최하는 ‘클릭착(ClicCiak) 스틸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 루키노 비스콘티의 스틸사진전과 한국 조각가 김승환과 이탈리아 비디오 아티스트 마우로 콜롬보의 작품을 공동으로 소개하는 전시가 그것이다. 가장 눈여겨볼 전시는 역시 이탈리아영화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클릭착 스틸사진공모전’ 관련 전시다. 이 공모전에서 최근 4년간 수상한 사진작품 80여점을 소개하는 이 전시에서는 국내 영화팬에게도 알려진 <일 디보> <고모라> <빈체레> <조용한 혼돈> 등의 현장 스틸컷을 관람할 수 있다. 상복을 입고 슬픈 표정을 짓던 <빈체레>의 여성들이 입을 삐죽 내밀고 V자를 그리는 장면, 기관총을 난사하던 <고모라> 소년의 빈약한 엉덩이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편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를 스틸컷으로 만나보는 <시선의 미학: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전>은 이탈리아 토리노국립영화미술관의 자료를 협조받은 것이다. 비스콘티 작품의 촬영을 담당했던 마리오 투르시, 조반니 바티스트 폴메토 등이 직접 찍은 촬영컷 98점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스틸컷은 이탈리아 거장의 촬영현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나 사진으로 보는 자서전 같기도 한데, 누군가의 손이 머리를 건드리자 깜짝 놀라는 비스콘티의 모습이 재미있다. 어느 한 작품 모자라거나 빠지지 않는, 알찬 구성이 돋보이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