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아물어가는 시간
“나는 오늘도 학교 앞 벤치에서 딸아이를 기다립니다.”갑자기 찾아온 아내와의 이별 그 후, ‘학교 앞의 피에트로’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
동생과 바다에 빠진 여자를 구해주고 돌아오던 날, 나를 맞은 건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정신 없이 장례를 치르고 딸아이를 처음 학교에 바래다 주면서 나는 딸에게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시작된 학교 앞 벤치에서의 새로운 일상,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던 모든 풍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평온하게 다가왔다. 신문을 보고 점심을 먹고,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끔씩 찾아오는 이들의 사는 얘기를 들으며 나의 마음 속 ‘조용한 혼돈’은 지나가고 있었다.
‘학교 앞의 피에트로’, 이별을 극복하는 나의 특별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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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사랑하는 젊은 거장, 난니 모레티 최고의 선택!more
<아들의 방>에 이어 다시 이별을 겪는 남자로 돌아오다!
2001년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영화 <아들의 방>으로 찬미에 가까운 찬사를 얻으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젊은 거장, 난니 모레티가 감독이 아닌 배우의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 배우로서 그가 선택한 작품은 아내를 잃은 남자의 깊은 상실감을 그린 <조용한 혼돈>이다. <4월>, <나의 즐거운 일기>, <아들의 방> 등 자신의 작품 대부분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난니 모레티는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용한 혼돈>에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준다. 자신의 생각과 색깔이 확실하고, 남들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유명한 난니 모레티가 다른 감독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평단과 관객들의 호기심은 영화에 대한 기대로 발전해 <조용한 혼돈>이라는 작품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했다.
<조용한 혼돈>에서 난니 모레티는 갑작스레 아내를 떠나 보내고 딸의 학교 앞 벤치에 머무르며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추스려 나가는 남자 피에트로를 맡았다. <아들의 방>에서 뜻밖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슬픔에 무너져 내리는 중산층 가정의 가장으로 분했던 그는 <조용한 혼돈>에서 다시 한 번 이별과 맞닥뜨린 한 남자의 내면을 섬세한 연기로 밀도 있게 그려낸다. <아들의 방>에서 그랬듯 난니 모레티는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에 단순한 슬픔 이상의 감정들을 담아냄으로써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훨씬 더 성숙하고 섬세한 표현력으로 돌아온 난니 모레티. 배우로서 그가 선택한 최고의 작품 <조용한 혼돈>은 이탈리아의 국민 감독 겸 배우이자 이 시대의 거장으로 불리는 난니 모레티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최고 권위의 문학상 수상작!
수십 만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하다!
아내를 떠내 보낸 남자가 혼자 남은 딸이 걱정돼 학교 앞에서 딸을 기다리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 <조용한 혼돈>. 이 특별한 이야기의 시작은 영화의 원작인 동명 소설 ‘Caos Calmo’에서 비롯되었다. 이탈리아 작가 산드로 베로네시(Sandro Veronesi)의 ‘Caos Calmo’는 자국 내에서만 30만 부 이상이 판매돼 초유의 인기를 얻었던 베스트셀러이다. 또한 ‘Caos Calmo’는 지적인 구조와 문학적 감수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매혹적 작품이라는 호평 속에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유럽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프랑스 페미나상(외국어 소설 부문) 등의 문학상을 휩쓸며 명성을 얻었다.
안토넬로 그리말디 감독은 ‘Caos Calmo’를 읽고 새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바로 떠올렸다. 주인공이 대부분의 시간을 한 장소에서 보내게 되는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를 구상하고 있던 그는 이 소설이야말로 자신이 찾고 있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Caos Calmo’는 정적인 구성 속에도 극적 묘미를 살리기 위한 여러 상황을 더해 드라마틱한 느낌 또한 빼놓지 않은 최고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 ‘Caos Calmo’의 영화화는 시작되었고, 소설 속의 매혹적인 묘사들을 영화적으로 각색하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여기에 원작의 매력에 반한 또 한 사람, 난니 모레티가 참여함으로써 작업은 날개를 달았다. 난니 모레티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조용한 혼돈>의 틀을 만들며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 그 후, 마음 속에 시작된 소용돌이!
상처가 아물어가는 시간을 보여주는 영화
갑작스런 이별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이별을 받아들인다. 펑펑 울며 슬퍼하기도 하고, 무작정 거부하며 이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며 훌쩍 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다. <조용한 혼돈>의 주인공, 피에트로의 방식은 좀 더 남다르다. 아내 대신 딸아이의 책가방을 챙기는 것도, 머리를 묶어주는 일도 서툰 피에트로는 회사일에서 벗어나 딸의 곁에 있어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학교 앞 벤치에 앉아 딸을 기다리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다.
피에트로의 새로운 일상은 평온하기만 하다.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고 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간간히 산책을 하며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피에트로.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다. 괜찮다”고 말하는 그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피에트로의 평정심은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었다. 자신이 슬픔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딸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피에트로는 차 속에서 격한 울음을 토해내며 평정심 뒤에 감춰둔 혼돈을 드러낸다. 그는 학부모 교실에 갔다가 갑자기 쓰러지기도 하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헤매기도 한다. 무질서와 질서, 불안정과 안정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피에트로는 상실감을 온몸으로 겪어낸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의 마음 속에 시작된 ‘조용한 혼돈’을 빠짐 없이 담아낸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피에트로의 ‘조용한 혼돈’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조금씩 잦아든다. 그의 깨어진 일상을 채우는 건 다름 아닌 학교 앞 벤치에서의 새로운 일상이다. 매일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미모의 여인, 매일 아침 자동차와 인사하는 다운증후군 소년, 끼니를 책임져 주는 매점 주인 등 학교 앞 사람들과의 소박한 인연은 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가 되고, 자신을 찾아온 동료와 가족들의 사는 이야기는 그에게 자극을 주는 좋은 부대낌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성숙한 딸의 모습은 그가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된다. 새로운 일상이 선물한 이 모든 것들 덕분에 그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 남자의 내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과감한 구성!
이별의 슬픔 앞에 흔들리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
영화는 바다에 빠진 여인을 구해주는 피에트로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를 베풀 줄 아는 피에트로는 누구나 호감을 느낄 만한 사람이다. 학교 앞에서 딸을 기다릴 줄 아는 다정함과 자동차 소리로 다운증후군 소년에게 인사를 건네는 배려심을 지닌 그는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에도 세상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고 의연하게 슬픔을 극복해 나간다. 이런 모습들은 그를 마치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영화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무드와는 다른 새로운 피에트로를 만나게 된다. 비운의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으로 돌아간 피에트로는 그곳에서 자신이 구해줬던 여인과 거친 섹스를 하는 꿈을 꾸게 된다. 어떤 예고도 없이 벌어지는 이 장면은 보는 이들을 당혹시키며 차분했던 극의 분위기를 180도 환기시킨다.
뜻밖의 섹스씬을 통해 우리는 피에트로 안에 내재된 혼돈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아물지 않은 슬픔과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이 구해준 여자에 대한 호기심 등 그의 내면에 머무르고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은 무의식의 세계와 뒤섞여 커다란 소용돌이를 낳는다. 위태롭게 평정심을 유지하던 피에트로는 자신을 덮친 혼돈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결국 겉으로 내보이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두려움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특별한 사람처럼 보였던 피에트로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이별 앞에 무력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보통 사람임을 확인하게 함으로써 이 남자의 내면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복잡한 인생의 카오스 안에 흔들리는 캐릭터들!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따뜻한 포옹의 가치를
안토넬로 그리말디 감독은 피에트로의 주변에 피에트로 만큼이나 복잡한 인생의 카오스(Chaos)에 빠져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배치함으로써 이야기에 풍성함을 더한다.
아내를 잃은 ‘학교 앞 피에트로’를 찾아온 사람들은 그에게 자신들의 속내를 꺼내 보인다. 태연한 얼굴로 거친 말들을 내뱉는 틱장애 아내를 가진 친구 장 클로드, 회사 합병 문제와 본인의 가톨릭적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료 사무엘레, 원치 않는 임신 소식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처제 마르타 등 <조용한 혼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우주를 찾아온 오래된 혹은 갑작스런 카오스(Chaos) 안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들은 피에트로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동시에 고민을 계속해 나가면서 카오스를 탈출할 방법을 찾는다. 주변 인물들과 달리, 피에트로는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 이후 시작된 내면의 변화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 새로운 사람들과 느리지만 진심 어린 관계를 맺어가며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택한다.
어떤 인생이든 조용하거나 부산스럽게, 혹은 갑작스럽게 크고 작은 혼돈의 시간을 겪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은 각자의 깜냥으로 그 시간을 살아간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상의 변화를 찬찬히 관조하면서 혼돈의 시간을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조용한 혼돈>의 피에트로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만나게 되는 진실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가 여러 카오스(Chaos)와 마주치게 될 것이며 각자의 방식대로 헤쳐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피에트로와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듯 혼돈의 시간을 빠져 나오는 것은 저마다의 삶의 경험과 가치관에 기인한 자기의 몫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삶의 무게를 나누어진다. 서로의 어깨를 따뜻한 포옹으로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혼돈에서 빠져나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1. 까다로운 음악 취향을 지닌 감독의 베스트 초이스, 풍성한 여운을 담은 OST 탄생!
<조용한 혼돈>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감성적인 멜로디들이 영화 속 장면과 어우러져 머릿속을 맴돌며 여운을 선사하기 때문.
1970년대 영미 록음악에 빠져 지냈다는 안토넬로 그리말디 감독은 영화를 하지 않았다면 라디오 DJ가 되었을 거라고 밝힐 정도로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그는 영화를 위한 곡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곡들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기존의 곡들을 빌려왔다.
원작 소설에서는 라디오헤드의 곡이 중요한 테마로 사용되었지만, 영화에는 저작권 문제상 라디오헤드의 곡을 많이 쓸 수 없었다. 그래서 감독은 난니 모레티가 울음을 터뜨리는 씬에 라디오헤드의을 넣음으로써 원작에 대한 오마쥬를 바쳤다.
대신 감독은 자신의 취향이 담긴 곡들을 사용해 색다른 느낌을 더했는데,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와 캐나다 밴드 스타스의 Your Ex-lover Is Dead가 그것이다.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I am Sam의 Across the Universe, Shrek의 Halleluujah, Brokeback Mountain의 클로징 송 The Maker Makes 등을 불러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가수. 감독은 그의 2001년 앨범 Poses에 들어 있는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를 삽입해, 피에트로의 일상에 편안한 매력을 더한다. 감독이 선택한 두 번째 곡 Your Ex-lover is Dead 는 캐나다 출신의 인디록 밴드 스타스의 2005년 곡으로,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멜로디와 함께 감미로운 남성 보컬과 아이 같은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영화 속에 독특한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2. 유럽 최고의 배우들 총출동!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카메오 출연까지!
<조용한 혼돈>에는 주인공 피에트로를 둘러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다양한 사연들은 영화 속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조연 캐릭터들로 출연하는 유명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유부남의 아이를 갖게 된 피에트로의 처제 마르타로 출연한 발레리아 골리노는 1986년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이탈리아 최고의 여배우이다. 그리고 피에트로가 구해준 여인 역의 이사벨라 페라리 역시 톱스타로, 발레리아 골리노와는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사이다. 그녀는 <조용한 혼돈>에서 강도 높은 노출 장면도 프로답게 소화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조용한 혼돈>에서는 프랑스 배우들의 얼굴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여름의 조각들>, <권태>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배우 샤를 베를링은 합병 건 때문에 초조해 하는 CEO 보에송 역을, <레이디 채털리>에 출연했으며, 난니 모레티처럼 감독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폴리트 지라르도는 피에트로의 친구 장 클로드 역으로 출연한다. 또한 <악어>의 주연 배우였으며 베니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탈리아의 국민 배우 실비오 올랜도는 난니 모레티와의 오랜 인연으로 인사 담당자 사무엘레 역으로 출연해 <조용한 혼돈>을 지원 사격했다.
한 자리에 모으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유럽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는 작품에 대한 신뢰와 감독과 배우들의 인연 덕분에 이루어졌다. 또한 그들은 역할의 비중과 상관 없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카메오 등장이다. <피아티스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 로만 폴란스키는 기업 합병 건으로 미국에서 온 거대 기업의 CEO 스타이너 역으로 영화 마지막에 깜짝 출연한다. 이로써 <조용한 혼돈>은 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들이 한 영화에서 배우로 만나게 되는 재미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