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냐> 시리즈는 두명의 할리우드 대가를 낳았다. <피라냐>(1978)를 연출한 조 단테는 <하울링>(1981)과 <그렘린>(1984)으로 80년대를 호령했고, <피라냐2>(1981)의 제임스 카메론은 할리우드 세상의 왕이 됐다. 물론 <피라냐 2>는 암흑의 역사에 묻어두는 편이 현명하다. 싸구려 이탈리아 제작자 오비디오 아소니티스에 의해 완전히 엉망이 된 <피라냐2>는 여전히 눈뜨고 보기 힘든 졸작이다. 새로운 <피라냐>는 카메론의 졸작은 무시하고 B급 정신이 가득한 조 단테의 원전을 계승하려는 리메이크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낚시하던 노인(<죠스>의 리처드 드레이퍼스가 카메오로 출연한다)이 완전히 뜯어먹힌 시체로 발견된다. 사건을 위해 투입된 보안관 줄리(엘리자베스 슈)와 과학자 노박(애덤 스콧)은 지진 때문에 문이 열린 호수 속 호수에서 200만년 전 멸종한 피라냐떼가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곧 빅토리아 호수에 놀러온 수많은 젊은이는 굶주린 피라냐에 무자비하게 뜯어먹히기 시작한다.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줄리는 아들 제레미(스티브 매퀸의 손자인 스티븐 R. 매퀸)가 동생들과 함께 포르노 제작자 데릭(제리 오코넬)의 가라앉으려는 보트에서 피라냐떼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감독의 이름을 보는 순간 새로운 <피라냐>가 추구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는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알렉산더 아야는 극단적인 고어로 소문난 <익스텐션>과 <힐즈 아이즈>의 감독으로, 그는 6600만달러짜리 여름 블록버스터에서도 결코 타협하지 않고 장기를 밀어붙인다. 호수에서 놀던 수백명의 젊은이가 학살당하는 장면은 비주류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고어의 만찬이다. 소녀들의 몸은 갈라져서 내장을 쏟아내고, 하반신에 뼈와 살덩어리만 남아 있는 소년들은 고통에 몸부림친다. 뜯어먹힌 소녀의 시체에서 실리콘 두 덩어리만 둥둥 빠져나오는 등 악취미도 가득하다. 끝없는 고어에 정신이 혼미해진 나머지 클라이맥스 시퀀스의 부족한 긴장감도 금세 잊을 정도다.
<피라냐>의 원제는 <Piranha 3D>다. 아예 3D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란 소리다. 눈앞으로 쏟아지는 내장과 덤벼드는 피라냐는 물론, <맥심>의 단골 모델인 켈리 브룩이 나체로 물속을 유영하는 장면도 3D로 탐닉할 수 있다. 그 장면에서 허공을 향해 손을 더듬는 남자 관객도 분명히 있을 거다. 새로운 <피라냐>는 영화보다 테마파크 놀이기구에 더 가까운 영화다. 물론, 테마파크 역사상 가장 야하고 잔인한 놀이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