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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누 레블스'의 공연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당신은 아름답다>
이영진 2010-08-25

“저대로 내버려두면 마침내 북해도의 ‘아이누’나 다름없는 종자가 되고 말 것 같다.” 이광수가 쓴 소설 <무정>의 한 대목이다. 조선인의 무지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인공 형식에게 아이누족은 미개의 표본이다. 그보다 앞서 1903년 오사카박람회 인류관 사건이 있었다. 일본이 조선인, 대만인, 오키나와인을 하등 인간으로 분류해 전시하자 오키나와인은 ‘짐승 같은 아이누’와 어찌 한데 묶느냐고 분노했다. 아이누는 그들의 언어로 ‘인간’이라는 뜻을 지녔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치욕으로 점철됐다. 100여년 전 땅을 뺏기고 말을 뺏긴 뒤 제국의 신민이 되기로 서약했던 그들에게는 ‘이누’(일본어로 개)라는 경멸과 수모의 낙인만이 찍혔을 뿐이다.

<당신은 아름답다>에 등장하는 아이누의 후예들은 그러나 더이상 울지만 않는다. ‘인간’으로 태어나려고 부정했던 종족의 혈흔을 그들은 다시 제 몸과 마음에 정성 들여 바른다. 유년 시절 ‘짐승’이라고 놀림받지 않으려고 울면서 제모를 했던 미나, 이유없는 편견에 연인과 직장을 잃은 나오코, 아이누족인 걸 숨기려고 누이의 결혼식에조차 참여하지 않은 아쓰시. 모두 다 말하지 않아도 퍼포먼스 그룹 ‘아이누 레블스’의 열다섯 멤버들은 똑같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들을 기적적으로 치유한 건 아이누의 잊혀진 노래와 사라진 춤이다. “차별은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죠.” 과거 그들조차 자신을 몰랐다. 따가운 차별의 시선에 스스로를 곱절로 학대한 이유다. ‘아이누 레블스’의 공연 과정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혼을 되살리고, 삶을 되돌리려는 생소한 몸짓과 의식이 그들만을 위한 굿판은 아니라고 거듭 말한다. 편견의 희생자가 아이누족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 다른 소수민족인 재일조선인도(내레이션은 재일동포 김수향씨가 맡았다), 자신을 숨기고 사는 데 익숙한 문명의 ‘본토인’도 어리석은 편견의 그늘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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