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 아오야기. 넌 오스왈드가 될 거야. 비참해지더라도 도망쳐서 살아남아.” 평범한 택배기사인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자신이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으로 지목됐던 오스왈드처럼 될 거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퍼레이드 도중 신임 총리가 암살된다. RC헬기로 조종한 폭탄 테러. 현장 부근에 있던 아오야기는 범인으로 몰린다. RC헬기를 구입하고 조종하는 아오야기의 모습이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이건 음모다. 국가권력의 음모. 아오야기는 무장한 경찰 조직을 맨몸으로 상대해야 한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습관과 신뢰’뿐이다. 몸에 밴 밭다리 기술로 강도를 제압해 아이돌 스타를 구한 것과 같은 습관. 묻지마 연쇄살인범이 건넨 약을 탄 음식조차 의심없이 먹어치우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 그것이야말로 아오야기의 ‘최대 무기’다.
<골든 슬럼버>는 치밀한 음모를 정교하게 추리해나가는 스릴러영화가 아니다. 위험에 처한 주인공과 그를 돕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핵심인 따뜻한 감동 드라마다. 곳곳에 배치된 훈훈한 유머와 개성 강한 주변 캐릭터들의 활약- 특히 연쇄살인범과 병원에 입원한 전직 야쿠자의 활약- 이 감동에 재미를 더한다. 한편으로 그것은 영화를 느슨하게 만든다.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분명 재밌다. 그러나 그의 등장과 퇴장은 작위적이고, 그의 활약은 뜬금없다. 신기한 건 조각조각 뜯어보면 이야기에 허점이 많은데, 조각조각을 엮어놓으면 그럴싸해진다는 점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원작 소설이 큰 그림을 잘 그려놓았기 때문일까. 혹은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카이 마사토의 얼굴 때문일까. 어쩌면 영화에 사용된 비틀스의 노래 <골든 슬럼버>(물론 커버곡)의 애틋한 정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달라붙어서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