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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전화의 경험담을 영화로 <이지어 위드 프랙티스>
송경원 2010-08-25

동생과 함께 자신의 소설을 홍보하기 위해 전국 서점을 돌아다니는 데비(브라이언 게러티)는 어느 날 싸구려 모텔에서 폰섹스를 원하는 니콜이란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이성관계에 서툴지만 외로움에 휩싸인 이 소심한 남자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니콜의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거부하지 못한 채 점점 그녀에게 중독되기 시작한다.

<이지어 위드 프랙티스>는 반전을 내세우는 영화는 아니다. 2009년 몬트리올, 에딘버러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당시 받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아니지만 엄청난 반전을 가진 독특한 남성 취향의 멜로드라마’라는 평은 자칫 이 영화의 방점을 ‘반전’에 찍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지어 위드 프랙티스>는 과장되지 않은 연출로 연애와 성적 취향에 관한 평범한 남성의 ‘진짜’ 욕망을 조심스레 드러내 보이는 일종의 자기고백에 가깝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이러한 고백에 더욱 진정성을 더한다. 물론 결말이 놀랍긴 하지만 사실 영화 초반부터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벋어나지 않으며 어디선가 들어본 우리에겐 익숙한 이야기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대다수 평범한 남성들의,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던 성적 취향에 관한 진실이다. 강요받아온 성적 환상을 벗기고 나면 진실은 의외로 단순하다. ‘폰섹스’라는 소재가 일견 자극적인 듯 보이지만 영화는 섹스보다는 익명과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디어에서 되풀이해온 성적 환상을 제거한 자리에 자리잡는 것은 사람의 표정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이야기로 울림을 자아내는 힘은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는 절제된 영상에 있다. 데비를 둘러싼 삭막한 풍경과 그의 공허한 표정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소심남의 내면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는 노래들도 영상과 조화를 이루며 황폐한 소심남의 내면을 밀도있게 채워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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