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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심리적으로 너무 위험해

최근 10년간 한국영화 속에서 보여준 폭력성에 대해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아직 안 보았고 그 영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싶지도 않다. 정도는 다르지만 김지운의 영화를 다 좋아하며 아마 이 영화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기를 고대하냐 하면, 그렇지 않다. 두 남자가 죽도록 싸워대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너무도 폭력적인 한국영화를 또 한편 보고 싶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 십년간 한국영화에서의 폭력은 상당히 불편하게 심해진 면이 있다. 2004년 칸영화제에서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상영됐을 때도 가장 먼저 외국 비평가들의 관심을 끈 것은 폭력이었다. <올드보이>의 폭력은 홍콩이나 일본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다분히 형식화되거나 만화류의 폭력과도, 주로 권총이 중심이 되는 할리우드영화의 폭력과도 달랐다. 그것은 매우 가깝고 개인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접촉 폭력’으로 어떤 외국 비평가에게는 의미도 없고 단순히 너무 불쾌한 폭력이었다.

<올드보이>의 폭력이 염려스러운 지경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폭력은 복수 드라마라는 맥락에서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었고 영화적으로 강렬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의 마지막 장면에서 폭력을 좀더 시니컬한 방식으로 다루는 것을 보고는 좀 염려스러웠다. 이것이 박 감독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이후로 매해 한국영화에서 이런 식의 폭력이 심해졌다고 본다.

내가 한국영화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지난 십년간 엄청나게 증가한 육체적으로 폭력적인 장면만이 아니라, 코미디에서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인 학대다. 때로는 육체적, 언어적 학대이지만 많은 경우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난다. 1980년대 초 이후 내가 한국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한 이래, 이런 경향은 지속적으로 있었고 대개 여성에 대한 학대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십년간 유행처럼,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육체에 대한 페티시즘 때문에 나타난 새로운 ‘태도’를 남성 스타들이 갖게 되면서 이런 폭력과 학대는 대개 남자간에 나타나게 되었다.

나는 심리학자도 사회학자도 아니고, 또 한국 사람도 아니지만, 이런 식의 폭력은 심리적으로 위험한 게 아닐까 한다. 이런 유의 극단적인 가학과 폭력 그리고 그에 따른 극심한 자기혐오는 다른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장훈의 <영화는 영화다>는 이런 한국영화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자존심 강한 두 알파형 남자들이 맞붙어서 황무지 같은 곳에서 서로를 죽도록 두들겨 팬다. 물론 이런 장면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영화의 클리셰가 되어왔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진흙탕 싸움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러나 장훈의 영화는 이런 싸움의 무의미함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클리셰든 혹은 무의미하든 간에, 문제는 이제 이런 장면이 영화적으로 지루하며 상상력의 부족 탓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국영화는 이제 폭력이 일상적인 생활이 아닌, 진짜 사람들에 대한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 능력을 상실한 것일까? 이제 한국 관객은 한국영화의 이런 경향을 비판할 능력을 잃어버린 것인가? 나는 다른 누구나처럼 만화적인 폭력이 가득 찬 재미있는 컬트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쭉 빠진 검은 슈트를 입은 거친 젊은 남자가 나오는 갱스터나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한국영화를 또 봐야 한다면 그 영화관에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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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