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잭 더 리퍼>
7월 22일~8월 22일(월 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연출 왕용범 출연 유준상, 안재욱, 신성우, 김성민, 엄기준, 남문철 외
*줄거리* 1888년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코카인에 중독된 형사 앤더슨과 특종으로 돈방석에 앉으려는 <런던타임스> 기자 먼로는 ‘살인마 잭’을 잡으려 한다. 미국에서 건너온 의사 다니엘은 자신이 범인을 알고 있다고 고백한다. 살인마 잭은 누구일까? *관전 포인트: 뮤지컬 배우로 완벽 변신한 안재욱
7월2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 전 마지막 연습에 집중하던 <잭 더 리퍼>의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배우들은 당장 내일부터 한달간의 공연에 돌입해야 한다. 잔뜩 예민해져 있을 배우들의 모습을 예상했건만, 틀렸다. 대기실에서 만난 유준상(앤더슨 역)은 무대 뒤편 구석구석까지 안내하는 친절한 가이드로 변신했고, 우연히 마주친 안재욱(다니엘 역)은 기자에게 “마이구미 하나 드실래요?”라며 개그 본능을 발산했다.
그런데 2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드레스 런(의상을 갖춰 입고 실재 공연처럼 하는 리허설)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낮에 마무리 지었어야 할 리허설은 다음날 낮으로 미뤄졌다. “오늘에야 처음 무대에서 연습하게 됐다”던 유준상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먼로 역의 남문철이 전체 리허설을 할 수 없게 된 유준상에게 한마디 던졌다. “형, 다크서클 내려오고 있어.” 유준상은 “내 친구들(앤더슨 역의 민영기, 김준현)은 다 두번씩 무대에서 연습했단 말야”라며 살짝 투정 부렸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이야~ 이야~ 이야” 소리를 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유준상은 2막의 ‘회색도시’ 장면만 연습하고 무대를 다른 이들에게 넘겨줬다.
이중 턴테이블 구조 등 무대세트 돋보여
<잭 더 리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앤더슨이 뮤지컬넘버 <회색도시>를 부를 때다. <잭 더 리퍼>는 가운데 무대도 돌고 그것을 둘러싼 바깥 무대도 도는, 이중 턴테이블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회색도시’ 장면에서 그러한 무대 활용이 극대화된다. 앤더슨은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은 시신을 수습한다. 누구나 살인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군무가 펼쳐진다. 돌고 도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제각각 자리를 잡는 것도 중요하고, 앤더슨과 20여명의 앙상블 사이의 호흡도 중요하다. “주목하세요. 삑삑 소리 나면 전체가 무대 아래쪽 봅니다.” “앤더슨이 술주정뱅이를 제치고 걸어가볼게요.” “상체로 계속 연기하세요.” 배우들이 머릿속으로 헤아려야 할 것이 열 가지도 넘어 보였다.
저녁 8시가 다 됐을 무렵, 안재욱(다니엘), 김준현(앤더슨), 최민철(잭), 쏘냐(글로리아)의 조합으로 최종 리허설이 진행됐다. 신성우(잭), 김성민(다니엘), 문혜원(글로리아) 등은 객석에 앉아 그들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살인마 잭>이라는 제목의 초연에 서지 않았다. 김원준, 김무열, 신성록 등이 빠진 자리에 이들이 들어섰다. 19세기 말 런던에서 매춘부들을 처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 ‘잭’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잭 더 리퍼>는 체코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잭 더 리퍼>는 두뇌회전이 빨라야 하는 스릴러, 피 튀기는 공포물이 아닌 거대한 러브 스토리다.
<회색도시> 부를 땐 온몸에서 전율이
수사관 앤더슨 역의 배우 유준상
-분장 끝내고 거울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앤더슨이 코카인에 중독된 형사인데, 분장하고 옷 입고 나면 내가 마치 코카인에 중독된 사람이 된 것 같다. 걸음걸이도 달라지고 눈빛도 달라진다.
-지난해 공연을 해서인지 여유가 느껴진다. =한번 했던 공연이라고 ‘쉽게 되겠지’ 그런 생각은 안 한다. 관객에게 공연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을 하는 것 같고, 더 재밌다.
-앤더슨 캐릭터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앤더슨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초연 때는 앤더슨이 많이 어둡고 무거웠다면, 지금은 날것 같은 느낌으로, 코카인에 찌들고 돈 밝히는 비리 형사의 모습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앤더슨 역에 민영기, 김준현과 트리플 캐스팅됐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자극을 받나. =일단 나와 함께 캐스팅된 친구들이 잘해야 한다. 이 친구들이 무대에서 온전히 잘 서 있어야 한다. 다른 앤더슨이 잘 해야 관객이 우리 작품 좋구나, 하면서 내 공연도 보러 온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무대에서 느꼈던 것들을 다른 친구들한테 아낌없이 준다.
-<잭 더 리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2막 시작하고 5~10분 뒤에 <회색도시>라는 노래를 부른다. 그 곡을 표현할 때 짜릿짜릿하다. “어둠 속에 사라진~ 피 묻은 발자국~.” 살인사건 현장에서 앤더슨이 ‘도대체 범인이 누굴까’ 생각하고 있으면, 뒤에서는 살인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노래를 부를 때 온몸에서 전율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