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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인도영화계에 새 별이 떳다

비크람아디티야 모트와네 감독, 데뷔작 <비상>으로 올 칸영화제 초청에 이어 극장가 흥행몰이 중

<비상>

올 상반기 인도영화계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을 꼽으라면 비크람아디티야 모트와네 감독을 발견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는 데뷔작 <비상>(飛上, Udaan)으로 2010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7년 만에 인도영화가 칸에 입성했다는 기사를 연일 생성해내더니, 지난 7월16일 개봉하자마자 관객점유율 35~40%를 기록하며 인도 전역에서 <인셉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도의 평단으로부터 ‘무조건 봐야 할 영화’로 평가받은 <비상>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수없이 사용되었을 발리우드 마살라 영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0대 4명이 성인영화를 보러가기 위해 기숙학교의 담장을 뛰어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중 한명인 로한이 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고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로한을 엔지니어로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아버지의 시선에서는 따뜻함을 찾을 수가 없다. 더욱이 기숙학교에서 8년을 지내고 돌아온 로한 앞에 불현듯 나타난 이복동생의 존재는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비상>은 여러 면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부모와 갈등하던 한 10대가 죽음으로 끝을 맺는 <죽은 시인의 사회>와 달리 <비상>은 방황의 극한에 이른 로한이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차를 때려 부수는 장면을 10대의 선언처럼 보여준다.

8억7천만원의 예산으로 42일간 촬영한 <비상>은 ‘날아오르기’ 위해 7년여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2003년에 완성된 시나리오가 몇번이나 제작자를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잠들어 있는 사이 모트와네 감독은 굵직한 인도영화들의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새겨왔다. 산자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숨김없는 마음으로>(Hum Dil De Chuke Sanam)와 <블랙>(Black)에서는 조감독으로, 역시 반살리 감독의 <데브다스>(Devdas)에서는 음향감독으로, 2005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된 디파 메흐타 감독의 <물>(Water)에서는 안무가로 이름을 올린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보통 데뷔작은 영화든 소설이든 작가의 인생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상> 역시 감독의 개인사와 많은 부분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영화 주인공과 반대로 엔지니어가 꿈이었다는 모트와네 감독은 TV쇼 조연출에서 시작해 시나리오작가가 되었고, 다시 영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영화 속 주인공 로한을 괴롭혔을 법한 고민을 30대 중반인 지금도 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다만 그는 “스스로의 용기로 새로운 시작을 했다는 데서 오는 행복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모트와네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이 아닌 18살 소년의 방황과 내적 갈등에 초점을 두고 감상해달라고 당부했다.

작은 영화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비상>은 UTV 모션 픽처스의 지원을 받아 인도에 이어 해외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10년을 기다려 비상한 1976년생 인도 영화감독이 앞으로 얼마나 힘찬 날갯짓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작은 영화도 희망이 있어요

비크람아디티야 모트와네 감독 인터뷰

-칸영화제에 간 느낌은 어땠나. =사실 이 영화는 상업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다. 기대하지 않고 보냈는데 칸에 초청됐을 때는 그저 놀랐을 뿐이다. 칸에서는 모두가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언론도 호의적이었고…. 사실 언론시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는데 상영 직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들었다. 태어나서 가장 큰 감동을 느낀 순간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스타급 배우를 쓰지 않았다. =주변에서 얼굴이 알려진 스타급 배우를 기용하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할 만한 10대 연기자도 마땅치 않았고 만약 주변 인물들이 이미 알려진 배우들이었다면 주인공이 완전히 묻혀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영화에서는 스타가 곧 이야기가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아들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관객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다고 하니까 좀 어려운 영화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 <비상>은 지극히 단순하고 직설적인 영화다.

-향후 계획은. =한동안은 인도 국내시장을 겨냥해 영화작업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작업들이 인도의 많은 독립영화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은 영화도 언젠가는 큰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