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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페이크 다큐멘터리 <폐가>
강병진 2010-08-18

<블레어 윗치>로 시작해 <REC> <클로버필드> 그리고 최근의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푸티지 장르의 영화로서 <폐가>의 서두는 당연히 자막이다. 경기도 모처의 폐가를 취재하던 방송팀과 폐가 동호회 회원이 사라졌다. 폐가에는 그들이 떨어뜨린 카메라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복원, 재편집했다. 장르의 약속으로 볼 때, 영화 <폐가>는 바로 이 영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첫 부분은 동호회 회원 중 하나가 사라지기 전에 전화로 남긴 구조요청과 마지막 비명이다. 그리고 방송팀 PD가 프로그램을 위해 만들었다는 오프닝 시퀀스가 폐가에 얽힌 사연을 알려준다. 구성상으로 볼 때, <폐가>는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형식을 구성하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장르의 특성상 <폐가>가 가장 공력을 들여야 했을 부분은 알면서도 속아넘어가는 어느 한순간일 것이다. 가짜인 줄 알고 보다가도 잠시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블레어 윗치>는 숲속의 이상한 기운을 점진적으로 묘사했고, <클로버필드>는 촬영과 기록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했으며,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인물들의 사소한 일상을 비추면서 사실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폐가>에는 그런 고민이 없다. 폐가의 풍경을 비추고, 그 속에 들어간 인물들의 흔들리는 표정을 ‘꽤 오래’ 보여줄 뿐, 공포를 쌓아가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성을 위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했지만, 과한 설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연기 또한 가짜를 가짜로 믿게 할 뿐이고, 무엇보다 CG로 그려넣은 귀신의 형체는 실소를 자아낸다.

급기야 <폐가>는 막바지에 이르러 장르의 규칙을 자포자기한 듯 내버린다. 등장인물 중 한명이 들고 있는 카메라는 공포의 순간에 다른 인물들의 반응 숏을 절묘하게 ‘포착해버린다’. 아예 편집과 음악을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무리수도 등장한다. 어떤 공포영화들은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비명을 지른다는 이유로 장르 팬에게 비판을 받는데, <폐가>는 장르적 특성상 어디서 피를 흘리고 비명을 질러야 할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를 헤매고 있다. 푸티지 장르,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은 <폐가>가 도전하려는 대상이 아니라 저예산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한 도구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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