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라맥스는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희망이었다. 밥과 하비 웨인스타인 형제가 1979년 처음 설립한 영화사 미라맥스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펄프 픽션> <셰익스피어 인 러브> <시카고> <스크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700여편의 영화들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해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참신한 소재를 발굴하여 연속적인 메인스트림 히트작을 기록했으며, 오스카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할리우드식 아트하우스의 모범이었다. 그러나 미라맥스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세계적인 경제불황과 미국 내 홈비디오 시장의 몰락으로 급속한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급기야 지난 7월30일 현재 미라맥스의 소유자인 디즈니는 미라맥스를 6억6천만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미라맥스를 사들인 회사는 뜻밖에도 비할리우드 계열 투자사 그룹인 필름야드 홀딩스다. 튜터 페리니 코퍼레이션의 로널드 N. 튜터, 부동산 투자사인 콜로니 캐피털의 토머스 J. 버락 주니어 등이 포함된 투자사 연합으로 배우 로브 로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미라맥스 매수 입찰에서 고어스 그룹, 플래티넘 이쿼티사, 서밋엔터테인먼트, 라이온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 웨인스타인 형제 등을 물리치고 평균 예상액을 뛰어넘는 거액을 제시하여 할리우드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1993년 8천만달러에 미라맥스를 인수했던 디즈니쪽은 “미라맥스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현재 우리의 전략은 디즈니와 픽사, 마블 브랜드에서 나오는 영화들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매각의 이유를 밝혔다. 계약의 완벽한 마무리는 올해 하반기 내내 진행될 예정이어서 개봉을 앞두고 있던 미라맥스의 몇몇 영화들(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스위치>, 샘 워딩턴과 키라 나이틀리, 에바 멘데스 주연의 <어젯밤> 등)의 향방이 묘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