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이다. 한 문장만 늘어져도 책을 똑바로 들고 있기가 힘들 정도다. 이런 때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이라면 딱 적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나오키상 후보지명만 다섯번 된, 독자를 솜씨 좋게 끌어들이는 이야기꾼.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골든 슬럼버>의 강렬함(리얼한 서스펜스극에 매혹적인 남자주인공을 심어놓았다)을,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유쾌함을, <사신 치바>의 아기자기함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이번 < SOS원숭이 >는 색다른 만남이 될 것이다.
엔도는 가전마트 종업원이다. 에어컨을 사러 오는 손님을 상대한다. 그와 동시에 ‘엑소시스트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비공식적이지만 연수 같은 걸 받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구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불러들이는 체질’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그렇다, 퇴마를 업으로 한다지만 어딘가 슈퍼히어로와 닮아 있다. 힘이 아니라 마음을 쓰지만. 그는 어느 날 옛 지인으로부터 히키코모리인 아들의 상담을 부탁받는다. 이후 소설은 히키코모리와 엑소시스트, 20분 만에 300억엔의 손실을 낸 주식 오발주 사건, 원숭이와 합창단 이야기를 차례로 끄집어낸다. 모자 속에서 토끼를 몇 마리고 꺼내는 마술사처럼. 이전 그의 소설들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몰입하기 쉬운 구성이라기보다는 생소한 인물과 설정이 이어진다.
분위기는 낯설다 해도, 그 안에 담긴 다정한 치유력에서는 이사카 고타로의 인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SOS라는 구조요청 신호를 ‘우리의 영혼을 구해주세요’(Save Our Soul)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믿는 주인공은 퇴마라는 일의 본질이 악마와의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안고 있는 고통을 좀더 큰 문제로 돌리고 싶어서 무의식적이지만 자발적으로 무언가에 씌일 수도 있다고. 가끔은 그런 사람들이 보내는 구조신호를 묵묵히 받아줄 존재가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