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의 원제는 ‘Blackout’이다. 정전으로 멈춰 선 엘리베이터 속에서의 사투를 보여주는 스릴러영화라는 소리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인공 중 한명을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설정해놓았다. 재난영화와 스릴러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아내를 잃은 내과의사 칼(에이단 길렌)은 딸이 올 시간에 맞춰 집에 도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클라우디아(앰버 탐블린)는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할머니가 부탁한 할아버지의 사진을 찾기 위해 급히 집에 가던 중 엘리베이터를 탄다. 또 한명의 남자 톰(아미에 해머)은 부친에게 학대받는 여자친구와 황급히 도망을 치기 위해 짐을 챙기러 집에 오는 길이다. 세 사람은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에 갇힌다. 수리 중인 아파트에는 세 사람 외 거주자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정전이 끝나길 기다려야 하는데, 세명 중 한 사람의 살인마적 본능이 서서히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극도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의 모범 답안을 꼽으라면 빈센조 나탈리의 <큐브>(1997)와 데이비드 핀처의 <패닉 룸>(2002) 정도가 있을 거다. 두 영화는 관객과 주인공의 폐소공포증을 무기로 거두절미하고 밀어붙이는 이야기의 힘을 잘 보여준다. 전작 < Kilometre 31 >(2006)로 주목받은 멕시코의 신성 리고베르토 카스타네다는 좀더 양념이 필요하다고 여긴 듯하다. 그는 종종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나 세 주인공의 다급한 상황을 플래시백으로 늘어놓는다. 캐릭터에 인간미를 심고 싶었던 욕심은 알겠으나 감상적인 플래시백의 반복은 긴박해야 할 스릴러의 맥을 오히려 끊어놓는다. 영국판 <퀴어 애즈 포크>의 팬들이라면 에이단 길렌의 모습을 오랜만에 감상하는 재미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