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대륙과 대륙을 넘어 전파되는 J-호러 바이러스의 종착역에 도달했다. 그간 일본 호러영화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전염되었고, 할리우드에서 변종을 낳았으며, 마침내 유럽 대륙에 상륙했다(물론 애초에 일본과 한국 호러영화가 유럽의 대가 다리오 아르젠토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걸 언급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호러영화 <투 아이즈>는 노골적으로 J-호러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영화다. 네덜란드어 원제마저 < Zwart Water >다. 무슨 뜻이냐고? ‘검은 물’이라는 뜻이다. 나카다 히데오의 <검은 물밑에서>에서 제목을 차용한 게 틀림없는 이 영화는 새로 이사한 집에 출몰하는 소녀의 유령과 모성을 테마로 삼은 것도 똑 닮았다.
네덜란드 소녀인 리사(이자벨 스토켈)는 아빠 폴(바리 아츠마), 엄마 크리스틴(헤드윅 미니스)과 함께 외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겨준 벨기에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간다. 리사는 맞벌이로 바쁜 아빠와 엄마 때문에 외로운 날들을 보내다가 카렌(샬롯 아놀디)이라는 이름의 소녀 유령을 지하실에서 목격하게 된다. 자신이 엄마 크리스틴의 쌍둥이 여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카렌은 크리스틴이 독을 먹여 자신을 살해했다는 말로 리사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투 아이즈>는 최후의 순간에 숨겨진 반전을 던져주는 전형적인 J-호러영화의 형식을 차용한 영화다. 별다른 특수효과 없이 잔잔한 멜로드라마처럼 전개되는 방식이 그나마 유럽적이라 할 법하다만, 장르적으로 지나치게 밋밋한 나머지 차라리 전통적인 쇼크효과로 밀어붙이는 게 나았을 법하다. <투 아이즈>는 <링>과 <주온>을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의 버티고 엔터테인먼트가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J-호러를 흉내낸 평범한 유럽 호러를 재가공한 할리우드 호러라는 변종을 우리는 곧 또 보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