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리도 섬에서 열리는 제67회 베니스영화제가 마침내 그 윤곽을 드러냈다. 7월29일 로마에서 열린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영화제쪽은 79편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을 비롯해 22편의 경쟁부문 초청작을 발표했다. 먼저 67번째 영화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검은 백조>다. 내털리 포트먼과 위노나 라이더, 뱅상 카셀을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백조의 여왕 역을 맡은 젊은 발레리나(내털리 포트먼)의 심리 상태를 좇는 스릴러물이다. 미국과 유럽영화가 대다수인 경쟁부문에서 눈에 띄는 이름은 단연 소피아 코폴라다. 어른 남자와 소녀의 교감을 그리는 것이 특기인 이 젊은 여성 감독은 신작 <섬웨어>를 들고 베니스를 찾는다.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과 스티븐 도프가 아버지와 딸로 출연한다. 한편 경쟁부문에는 세편의 아시아영화도 포진해 있다. 막부 시대의 암살자들 이야기를 다룬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13인의 암살자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던 트란 안 훙 감독의 <노르웨이의 숲>, 서극 감독의 무협 추리극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이 그들이다. 이 밖에 빈센트 갈로의 <물에 새긴 약속>,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의 <발라다 트리스테 드 트롬페타>, 몬티 헬만의 <로드 투 노웨어> 등이 경쟁부문에서 자웅을 겨룬다. 황금사자의 향방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심사위원장으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임명됐다. 평소 장르영화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피력해온 그가 경쟁부문 라인업에 엿보이는 몇몇 대담한 영화들에 힘을 실어줄지 의문이다.
한국영화는 모두 두편이 오리존티 부문에 출품됐다.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소개하는 경쟁부문인 이 섹션에는 홍상수 감독의 11번째 장편인 <옥희의 영화>가 폐막작으로, 김곡·김선 감독의 <방독피>가 상영작으로 초청됐다. 그동안 칸에서 사랑받아왔던 홍상수 감독의 경우 베니스의 경쟁부문 진출은 처음이다. 11일 줄리 테이머의 <템페스트>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베니스영화제의 여신은 과연 누구에게 미소를 보내줄까. 그 행방을 판가름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