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남자 진분(게유), 이 사람의 정체를 제대로 알기란 어렵다. 괴짜라는 것은 분명하다. ‘분쟁 제로기’라는 사람들끼리의 분쟁을 막아주는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발명품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번 것 같은 이 남자가 결혼할 마음으로 온라인에 공개구혼을 한다. 이날부터 맞선을 보는 것은 진분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별별 여인들이 다 찾아온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다. 그런 날이 이어지던 중에 소소(서기)가 온다. 자신의 직업을 스튜어디스라고 소개한 소소는 이런 답답한 맞선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활기차고 매력적이다. 왜 왔을까. 그녀에겐 사연이 있다. 소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는 유부남이며 그 때문에 괴로워하다 온라인에서 우연히 진분의 공개구혼을 본 다음 홧김에 이 자리에 왔다. 계기는 엉터리였지만 하여튼 둘은 비밀도 나누고 마음도 통한다. 훗날 소소가 애인과의 관계에 지친 나머지 이제 모두 잊고 진분과 새로운 연애를 하겠다며 다시 그를 찾아오고 둘은 홋카이도로 여행을 간다.
<쉬즈 더 원>은 <야연> <집결호>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 감독 펑샤오강의 작품이며, 그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로맨틱코미디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대단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펑샤오강의 중국 내 인기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고려한다 해도 작품 자체가 대중에 호소력있게 말을 걸었다는 의미일 텐데, 그 호소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남녀가 얼마간의 시간차를 두고 서로 만나며 우여곡절을 거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거나 그러지 못하는 것 때문에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로맨틱코미디의 오래된 설정이다. <쉬즈 더 원>도 그 공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쉬즈 더 원>은 그 틀은 유지하되 어떤 자유로운 리듬에 신경을 더 쓴 것 같다. 그게 매력이다. 무엇보다 신기할 정도로 이 영화의 리듬을 조율하는 것은 진분 역을 맡은 게유의 연기다. 말은 청산유수이고 눙치기와 약 올리기를 잘하지만 동시에 순정함과 따스함도 겸비하고 있는 진분이라는 이 괴짜 인물을 게유는 놀랄 만한 무심함과 엇박자로 해낸다. 어쩌면 그가 이 영화의 전부라고까지 말하고 싶어진다. 물론 그걸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하고 활기차게 받아넘기는 서기 또한 놀랍다. 단순하고 상투화된 일화별 전개 그리고 지나치게 강조되는 우편엽서 같은 풍경이 때때로 흥미를 떨어뜨리지만 그럼에도 <쉬즈 더 원>은 두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다. 규격과 공식의 강박에 빠진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그리고 그걸 흉내내는 한국 로맨틱코미디에 질린 관객에게 <쉬즈 더 원>은 다소 청량한 느낌을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