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배하던 프랑스 관리들은 베트남 출신 비밀 경찰들에 독립군의 정신적 지주 디칸을 체포하라는 명을 내린다. 살인 기계 같은 경찰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청(자니 뉴엔)은 모진 고문을 당하던 디칸의 딸 쑤이(응오 탄 반)의 탈출을 돕고, 경찰의 끈질긴 추적이 시작된다.
‘리얼 액션’ 유행의 시발점은 타이였다. <옹박>으로 비롯된 그 열풍은, 그러나 얼마 전 개봉한 <레이징 피닉스>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제 기예 수준에 다다른 액션의 정교함을 펼쳐놓는 과정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인상이다. 액션을 위한 액션영화. 베트남에서 날아온 낯선 영화 <더 레블: 영웅의 피>(이하 <더 레블>)는 액션이 돋보이려면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사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1920년대 식민지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서사극 <더 레블>은 분명 흥미로운 결을 보여준다.
서사 자체는 도식적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뜻밖의 계기로 전혀 다른 세계와 접하고, 시련과 고난을 통해 다른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속했던 세계를 파괴하며 새로운 영웅으로 재탄생한다는 구도. 하지만 이 액션 블록버스터영화는 곳곳에서 베트남의 자의식을 드러낸다. 탄광촌에서 베트남인을 부리는 프랑스 관리는 “우린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데, 게을러빠진 저놈들은 기생충 같아”라고 뇌까린다. 식민 지배의 본질을 거꾸로 인식하는 서구인의 잘못된 판타지는, 곧 반기를 들고 일어선 주인공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한마디로 카트린 드뇌브와 뱅상 페레, 린 당 팜이 주연을 맡았던 1992년작 <인도차이나>에 대한 베트남식 답변이라고 할까. 〈크레이들 투 그레이브> <옹박: 두번째 미션> 등으로 익숙한 자니 뉴엔(김남진을 닮았다)의 화려한 액션과 청순하면서도 강인한 여주인공으로 열연한 응오 탄 반(홍수아를 닮았다)의 매력도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