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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우캇 아민 코르키] 테러리스트 단체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김성훈 2010-07-14

<킥 오프>의 샤우캇 아민 코르키 감독

<킥 오프>의 배경인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일상’이 아니라 ‘행사’다. 전장 한복판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투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곳곳에서 폭탄이 터진다. 이런 상황에도 아수는 다리를 잃은 동생과 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쿠르드족, 아랍인, 투르크멘족의 축구 대항전을 계획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민족 간의 갈등, 이라크 주민들의 생활상, 전쟁 분위기 등, 이라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굉장히 어려운 조건에서 촬영한 만큼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일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이라크의 샤우캇 아민 코르키 감독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집단 주거지로 변한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의 한 경기장을 보고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들었다. 그 풍경의 어떤 면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였나. =처음 그곳을 봤을 때 참 기이했다. 뛰어놀고 축구를 해야 하는 공간이 열악한 주거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경기장 밖 키르쿠크시의 상황은 더욱 비참했다. 매일 폭발이 일어났고, 이런 현실에서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풍경들을 보고 사람들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소재도 많은데 왜 축구인가. =이라크 국민과 쿠르드족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니까! 특히 쿠르드족은 자신들만의 국가대표팀을 갖기를 원하는데 그 바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라크의 다른 삶과 마찬가지로 축구 또한 전쟁의 희생물이다. 축구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실제 공간에서 촬영한 만큼 돌발 상황도 많았을 것 같다. =키르쿠크는 악몽이었다. 촬영 막바지였다. 한 테러리스트 단체에서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그들은 강력폭약(TNT)으로 가득 채운 차를 세트장으로 곧 보낼 거라고 했다. 그래서 경찰에 연락을 했고, 경찰관 두명이 현장으로 왔다. 당시 제작진 모두 신경쇠약에 걸려 있었다. 오직 촬영을 끝내고 그 지역을 떠날 생각뿐이었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기온은 매일 50도를 육박했고.

-10명의 전문 배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전문 배우다. 그런데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럽더라. =비전문 배우들은 모두 경기장 안에서 사는 주민들이다. 모든 배우와 스탭이 두달 넘게 경기장 안에서 함께 지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시내의 호텔보다 경기장 안이 훨씬 안전했고, 비전문 배우인 경기장의 주민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

-극중 아수의 동생 디야르처럼 폭탄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영화는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하게 보여준다. =그게 그곳의 풍경이다. 그 소년은 더이상 축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슬프다. 그러나 한쪽 다리가 없어도 삶을 잘 꾸려가고 항상 웃는 소녀도 등장한다. 슬프고 무거운 현실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역설하고 싶었다.

-<킥 오프> 곳곳에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령, 비전문 배우의 기용, 핸드헬드 촬영, 로케이션 촬영, 자연광 사용 등의 형식 말이다. 이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유산이 아프리카, 아시아와 같은 제3세계 특히, 분쟁지역을 그리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내게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은 최고의 영화학교 중 하나다.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전후 상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어떤 유사성을 보인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킥 오프>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으로 “상금의 일부를 영화의 배경이 된 축구장을 보수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이 있다. 몇달 전에 키르쿠크 정부가 그곳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었다. 경기장 안에서 살았던 400여 가구가 지금은 자신들의 집에서 살고 있다. 경기장 보수공사 역시 시작됐다. 조만간 새로운 경기장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상은 주민들에게 바쳤는데, 상금은 3만달러뿐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집을 짓고 경기장을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만달러가 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주민들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난민을 위해 큰 도움을 준 키르쿠크시에 감사한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또 전쟁을 다룬 영화인가. =두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전쟁에 관련된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아니다. 둘 중 어떤 작품이 먼저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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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샤우캇 아민 코르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