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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강우석의 변신에 부부젤라를!
문석 2010-07-05

한국이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월드컵 열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씨네21> 식구 대부분이 새벽녘까지 펼쳐지는 승부의 세계에 매료된 눈치다(월드컵이 끝나야 마감도 정상화되려나… 흑).

경기가 거듭되면서 각 팀의 전력과 색깔도 뚜렷해지고 있는데, 직업 탓인지 자연스레 영화 또는 감독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스페인팀은 우디 앨런을 연상케 한다. 짧고 날카로운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펼치는 스페인 축구는 톡톡거리는 수다로 이뤄진 앨런의 영화세계와 유사하다. 승부를 끝낼 수 있는 한방이 아쉽다는 점도 비슷하지만. 화려한 공격진에 비해 수비와 미드필드가 취약한 아르헨티나팀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떠올리게 한다. 메시, 이과인, 디마리아가 상대방 진영을 향해 질주하는 동안에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역습에 대한 불안감은 <놈놈놈>을 볼 때의 느낌을 되새기게 한다. 빈틈이 없는 브라질팀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명품 블록버스터를, 선수들의 이름값은 대단하지만 구닥다리 축구를 구사했던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국가대표는 특급배우를 대거 기용했지만 실속이 없는 영화(이를테면 <포화속으로>?)를 연상하게 한다. 한국팀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과 닮았다 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가 축구팀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맨발의 꿈>은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16강에 진출했던 칠레를, <A-특공대> <나잇 & 데이>는 허점도 많지만 승부에 강하고 짜릿함도 전해준 슬로바키아(이탈리아와의 경기를 생각해보라)를 생각나게 한다.

그렇다면 강우석 감독의 새 영화 <이끼>는 어떤 팀에 비교할 수 있을까. 나는 독일이 떠올랐다. 사실 이번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독일은 기대 밖이었다. 2006년 월드컵과 유로 2008에서 보여준 독일 축구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특유의 파워와 스피드만 앞세울 뿐 단조롭고 허술한 플레이로 일관했던 것. 하지만 2010 월드컵의 독일은 외질, 뮐러 등 젊은 선수들로 깔끔하게 물갈이한데다 끈적한 조직력까지 덧붙여 ‘전차군단’의 명성을 복원해냈다. <이끼>를 통해 드러난 강우석 감독의 변화는 독일팀의 그것에 못지않다. 여전히 ‘강우석표 영화’스러운 점이 많긴 하지만, 미장센에 큰 공을 들였다거나 원작에 짓눌리지 않고 독창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시대에 대한 비판정신을 담는 그릇이 바뀌었다. 설교하고 부르짖는 ‘일방통행식 소통’에서 벗어나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적 소통을 이뤄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끼>는 ‘흥행감독’이라는 그의 명성을 잇게 해줄까. 어두운 분위기나 긴 러닝타임을 고려했을 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팀이 우승하지 못해도 그 변신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것처럼, 꾸준히 변화를 추구하는 강우석 감독의 노력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 그러니까 결론은… 비바 스페인!(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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