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돌아왔다. 지면개편과 함께 한동안 <씨네21>에서 만날 수 없었던 정성일과 허문영 두 평론가가 새로운 꼭지로 컴백했다. ‘정성일·허문영의 씨네산책’이 그것이다. 씨네산책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개별 작품이나 감독의 세계를 뜯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 그 자체에 관한 원초적인, 원천적인 질문을 던지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호, 혹시 아, 아닌가요?). 그건 어쩌면 이른바 ‘비평의 위기’에 대한 결기있는 응전일 수도 있고, 비평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참신한 시도일 수도 있겠다. ‘산책’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영화의 안과 밖을 느린 걸음으로 활보하면서도 그 안에서 영화에 대한 간절하고 끈질긴 물음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의 산책은 항상 친구 또는 동반자와 함께 이뤄지게 된다. 산책의 주제 또한 그들과 함께하는 손님에 따라 계속 바뀔 것이다. 씨네산책의 첫 동반자는 영화감독 이전에 영화광으로 소문난 박찬욱 감독이다. 시네필 혹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박찬욱 감독만큼 좋은 게스트가 또 어디 있으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그들이 얼마나 영화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지, 그들에게 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이 왜 영화를 목숨 걸듯 절박하게 대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영화를 왜 사랑하게 됐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사랑은 진실한 것인지 등등. 그리고 정성일 선배가 말하듯 ‘우정과 이웃의 정치학’에 관해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른다.
동참했던 기자들에 따르면 그들의 첫 산책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이들의 만남은 6월13일 이뤄졌는데, 오후 1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펠리니의 <여인의 도시>를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해 장소를 몇번 옮기면서 다음날 새벽 5시에 끝났다고 한다. 실질적인 대담 시간만도 7시간이 넘는다고 하니 대화 내용 전문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만큼 영화 그리고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에 관해 할 이야기가 많았다는 뜻이리라. 두 평론가의 끝없이 이어지는 집요한 질문에 성실한 답변을 해준 박찬욱 감독께 우선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한다. 연재 첫회임에도 불구하고 몸풀기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열정적인 대화를 나눠준 정성일, 허문영 두 평론가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진행비만 조금 아껴주셨더라면 더…). 나도 <친절한 금자씨> 개봉 당시 정성일 선배와 박찬욱 감독이 5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정리하느라 손가락에 골절상급 타격을 입었는데 주성철, 김성훈 기자는 손가락 관리에 신경을 써주길. 아무튼 씨네산책이 한국영화 비평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아가 한국영화계에도 척추와 뇌를 콕콕 찌르는 자극이 되길 희망한다.
PS. 뭐 어쨌거나 지금의 대세는 월드컵이다. 아르헨티나전의 패배를 딛고 한국이 16강에 당당히 진출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