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의 최고 전성기는 언제일까? 전 지구인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이 아닐까. 포클랜드 전쟁의 앙숙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두골을 넣었는데, 그 골이 바로 유명한 신의 손 골(“Hand of God” goal)과 중앙선 부근부터 60m를 홀로 드리블해서 6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성공시킨 세기의 골(goal of century)이다.
그러나 <아빠는 출장중> <언더그라운드> 등을 연출한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의 다큐멘터리 <축구의 신: 마라도나>에서 마라도나의 전성기는 지금인 것 같다. 마약 중독과 비만으로 심각한 건강 악화와 심장마비에 이은 혼수상태를 이겨내고, ‘STOP BUSH’ 티셔츠를 입고 남미 좌파정권의 수장들(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이 모여 미국과의 FTA 협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라도나를 ‘축구의 신’에서 혁명가의 풍모를 간직한 한 인간으로 비춘다. 영화가 마라도나의 현재에 집중하기 때문일까. 선수 시절 그의 화려했던 골장면은 영국 펑크 록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God Save the Queen>의 배경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럽게 등장하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대처 전 영국 총리 등을 농락하는 애니메이션에 봉사하는 느낌이다.
마라도나는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과 부에노스아이레스, 베오그라드, 나폴리 등을 여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신의 손’ 사건은 영국 놈들의 지갑을 훔친 것처럼 짜릿했다, 미국은 석유를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들은 총과 무기를 파는 놈들이다 등 그의 발언은 거침없다. 그라운드의 악동, 천재 축구선수로만 그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피델! 피델!’을 연호하며 수영장으로 다이빙하는 그의 모습이 색다를지도 모르겠다. 환상적인 골장면의 퍼레이드를 기대하는 축구팬이라면 유튜브 등을 검색하는 게 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