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왕자님의 영향일까. 스튜디오들이 앞다투어 게임의 영화화를 선언하고 있다. 폭스는 킬러가 주인공인 <히트맨>의 속편 감독으로 다니엘 벤마요르를 지명하는가 싶더니 <다크 나이트>의 레전더리픽처스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 <매스 이펙트>의 판권을 사들였고, 유니크픽처스 또한 마니아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은 스릴러 게임 <헤비 레인>의 판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장르를 살펴보아도 스릴러, SF, 추리물 등 다양하고 방대하다. 그동안 문학이나 미술 장르에 비해 소극적으로 교류해왔던 게임과 영화는 과연 앞으로 교류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게 될까.
계기는 앞서 언급했던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가 열었다. 원작의 방대한 판타지 세계를 2시간의 영화로 압축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원작의 세계에 리얼리티를 살린 액션을 비교적 영리하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게다가 CG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장면 등 게임팬들이 사랑했던 장면을 대형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외모와 성향, 이상형과 개성이 변할 수 있다는 건 영화에 아주 적합한 설정입니다.” <매스 이펙트>의 총프로듀서 케이시 허드슨은 말한다. 그건 현재의 영화에 결여된 상상력이나 변화를 게임에서 찾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다. <가디언>에 글을 기고하는 TV프로듀서 데이비드 콕스는 게임과 영화가 태생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드라마와 캐릭터가 필요하죠. 하지만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멍청하거나 대사가 유치하거나 드라마가 헐거워도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별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결국 이러한 구멍을 메우는 건 영화연출자의 기량일 터. 장르를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사람이 관건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