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 칸영화제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과연 <시>와 <하녀> 등 한국영화가 상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까지 대단한 문제작이 없다니 두편 중 어떤 영화가 수상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여러 상의 향방은 시상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알 수 없다. 2007년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칸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상식날 프레스룸 TV 앞에 모인 각국 기자들은 마치 스포츠중계를 보는 듯 수상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환호하거나 야유 섞인 한숨을 쉬었으니까. 그런 ‘예측 불가능성’은 심사위원장이었던 스티븐 프리어스를 비롯한 심사위원단의 논의가 바깥으로 공개되지 않아 생겼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듯이 올해도 한국영화가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모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칸을 가본 적 있는 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해마다 이맘때면 마음이 설렌다. 햇살 그득한 리비에라 해변과 화려한 크루아제트 거리, 그리고 봐도봐도 끝이 없는 영화의 행렬이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운명이 이 모양인 것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네트워크의 세계는 일말의 위안을 준다. 특히 올해는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되는 각 매체, 블로그의 반응 덕분에 칸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칸에서 최평호 싸이더스FNH 대표가 했던 실언에 김수현 작가가 곧바로 반박할 수 있었던 사정도 비슷하다. 실시간 네트워크는 칸에서 서울 사이의 엄청난 물리적 거리를 심리적으로는 가깝게 만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심리적 거리감을 너무 느끼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구만리 머나먼 칸에서조차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는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에 “개인적인 의견”까지 밝히셨으니 말이다. 한국영화를 ‘진흥’하는 임무를 가진 분이 최고의 해외 홍보장에서 7명의 심사위원에게 1번 이상씩 연락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니 혹시 직무 태만은 아닌가, 평소 그렇게까지 독립영화 지원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것으로 비친) 분이 굳이 왜 이번에는 신경을 썼는가, 하는 의문은 일단 접어두자. 황당한 것은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작품을 거론한 것을 두고 “이미 심사가 끝난 상황이었으니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그래서 큰 문제는 아니다”라는 식의 변명으로 넘어가려는 그의 태도다. 단순히 심사 결과가 궁금했다면 심사위원장이나 심사위원 한두명에게 연락했으면 됐을 일인데 굳이 7명에게 전화를 건 것은 외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보고 있으면 그에게 칸과 서울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가까운지 몰라도 한국영화계와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멀어지다 보면…. 아 그런데 위원장님, 혹시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에게도 전화해서 ‘내부조율’과 ‘밸런스’를 얘기한 건 아니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