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택시>는 일본 Music On! TV 창사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다. <구구는 고양이다> <마을에 부는 산들 바람>의 사이미 야스마사 프로듀서가 김태식 감독의 전작인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를 인상 깊게 보고 영화 연출을 제안한 것이다. 영화는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록밴드 보컬 료(야마다 마사시)가 서울에서 열리는 록밴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야마다(야마자키 하지메)의 택시에 타면서 시작한다.
택시를 타고 도쿄에서 서울로 갈 생각을 하다니. 타는 사람이나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둘 다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도쿄택시>의 재미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초록색의 도쿄택시가 부산, 경주, 명동, 서울역, 김포공항 등 한국을 달리는 것 자체로 신기하다. 오히려 그 풍경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로 생겨난다. 불법 영업 택시로 오인돼 억센 부산 택시 기사들에게 추격을 당하는가 하면, 민방위 훈련을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한다. 한국 라면을 먹으며 일본 라멘과 비교하기도 한다.
반면, 두 남자의 관계에 대한 묘사는 다소 지루하다. 국적이 일본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나이, 성격, 직업 등 거의 모든 면이 다른 만큼 서로 충돌할 여지가 많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 사이에 큰 갈등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극에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감독의 전작인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를 떠올리면 다소 실망할 부분이다. 남자주인공이 불륜을 저지른 아내의 애인과 함께 택시 여행을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아슬아슬했나. 물론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감독의 진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전작을 생각하면 분명 아쉽다. 그 점에서 <도쿄택시>는 잔재미만 가득한 전형적인 로드무비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