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옥씨 너무 예뻐요, 어쩜 그렇게 말투가 예쁠 수가 있어요. 정말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엄마야, 왜 이래요 자꾸. 참 이상한 사람이네. 눈이 삐었어요? 제가 뭐가 예뻐요. 홍상수 감독님도 ‘얼굴은 별로인데 몸매는 괜찮다’라는 대사까지 넣으셨거든요. 그래서 기분 좀 나빴거든요. 그냥 담에 와요.
-아닙니다. 정말 예쁘십니다. 지금 이 순간 성옥씨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십니다. <하하하>에서 성옥씨의 통영 사투리를 듣고 온몸이 마비된 사람입니다. 제발 1시간만 시간 내주시면 안되나요? 허락해주실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습니다. =왜 이래 사람을 못 살게 해요. 꼭 뱀 같네, 살찐 뱀. 예쁘다고 하니까 기분은 뭐 좀 좋지만, 알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디 놔둬도 안 빠진다고 그렇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사실 더 많았어요. 홍상수 감독님 눈이 삔 거죠. 대신에 빨리 끝내셔야 해요. 저 시 배우러 가야 되거든요. 늦으면 벌금 내야 해요.
-감사합니다. 근데 어쩜 그리 사투리 연기가 일품이신가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는 서울여자 목소리로만 출연하셨는데. =원래 고향이 부산이에요.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왔으니까 사투리 못 쓰는 게 더 이상하죠. 안 그래요? 그냥 자연스러웠어요. 그러면서 서울에서 온 시인 남자하고 또 사귀어야 하니까 사투리 안 쓰려고 노력도 하고, 그러면서 그런 말투가 된 거예요.
-연기 변신도 대단하세요. <사과>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같은 세련된 모습도 좋고 <사랑해, 말순씨>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억척스런 아줌마 연기도 너무 자연스럽고요. 또 <하하하>는 전혀 생각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사람을 띄워요. 부끄럽게. 사실 좀 신경 쓴 거예요. 사람들은 그냥 꾸준히 출연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 계산하고 하는 거예요. <해변의 여인>에서 김승우씨가 그랬잖아요. 사람들은 실체를 보지 못하고 이미지만 보게 된다고.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시>의 이창동 감독이나 <하녀>의 임상수 감독과는 각각 <오아시스>와 <바람난 가족>을 함께하셨는데, 영화 속에서 장애우 연기하고 팔까지 부러졌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하하하>로 경쟁부문에 못 간 건 좀 아쉬울 것 같아요. =사람 일이 다 그런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해요. 이제는 내가 끌리는 작품을 만난다는 거 자체가 제일 중요해요.
-역시 화통하시군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요? =이순신 장군 알죠? 영웅이 아니고 성웅이에요 성웅. 왜 성웅이라고 하는지 알아요?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에요. 저도 한국영화계의 성웅이 되고 싶어요. 하긴 당신 같은 사람은 그때 태어났으면 왜구 한명도 못 잡았을 거야.
-저도 사실 공수부대 출신입니다. =하하하. 엄마야 이 사람 와 이래. 뭐 사람들은 좋은 것만 보고 살고 싶은 거니까. 그게 <하하하>의 주제니까. 여기 내가 그냥 한번 업어줄 테니까 인터뷰 끝난 걸로 하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