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게 말하면,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는 KBS <1박2일>의 영화 버전이다. 다섯명의 감독들이 국내 주요 도시를 배경으로 특별한 정서와 각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담았다. 윤태용(<서울>), 전계수(<뭘 또 그렇게까지>)에 이어 세 번째로 관객과 만나는 문승욱 감독의 <시티 오브 크레인>이 택한 도시는 인천이다. 한국을 떠나려고 해도, 한국에 들어오려고 해도, 누구나 인천을 거쳐야 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만남과 이별이 수없이 교차하는 인천에서 문승욱 감독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바타르는 인천의 명물이다. 그는 대공원에서 짝 잃은 두루미를 달래는 춤을 추는 기인으로 유명해졌다. 게다가 백화점 건축 현장 사고 때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까지 한다. 지역방송사에서 리포터로 일하는 예진은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바타르는 무슨 일인지 황급히 도망친다. 바타르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방송사는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이주노동자 마붑 알엄을 끌어들이고, 예진과 마붑 알엄은 종적을 감춘 바타르를 찾기 위해 인천을 샅샅이 뒤진다.
<시티 오브 크레인>은 로드무비이자, 페이크다큐멘터리다. 바타르를 스타처럼 다루고 싶은 예진과 이주노동자로서의 바타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마붑은 취재 과정에서 사사건건 다툰다. 마붑은 소풍 간 어린아이 마냥 철없이 구는 예진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예진은 고집을 꺾을 줄 모르는 마붑을 원망한다. 바타르를 찾을 수 있을까, 없을까는 애초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승욱 감독은 인천이 혹은 한국이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듣기 좋은 말처럼 소통을 꿈꿀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일까 되묻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감독의 문제의식이 영화에 절실하게 반영되진 않은 것 같다. 한국을 널리 알리자, 라는 기획 의도에 맞게 끼워넣어진 몇몇 장면들은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혹은 명백한 거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