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의 합창>의 주인공은 평범한 가장이다. 타조농장에서 열심히 일하여 하루하루 먹고사는 가난한 가장이지만, 귀여운 아이들과 착한 아내는 그를 마냥 행복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험을 앞둔 청각장애인 큰딸의 보청기가 고장난다. 수리를 하거나 새 걸로 교체해야 하는데, 어마어마한 가격이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타조 한 마리가 도망치는 바람에 아빠는 농장에서 쫓겨나고 만다. 우연히 오토바이 택시 운전 일을 시작하게 된 그는, 지금까지와 달리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도시생활에 점점 젖어들고, 한편 아이들은 아빠를 돕기 위해 붕어 장사를 시작할 계획을 세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지적이고 풍성한 영화들로만 이란영화를 단정지어선 곤란하다. <천국의 아이들>로 잘 알려진 마지드 마지디는 할리우드 장르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피디한 스토리 진행과 감각적인 화면, 단순하고 명료하게 형상화된 인물을 내세우며 이란 대중영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시킨다. 너무나 착하고 효심이 깊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아이들보다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굴절되고 변화하는 아빠의 캐릭터가 훨씬 흥미롭다. 처음엔 타조를 찾기 위해 타조 가면을 짊어지고 벌판을 헤매다가, 그 다음엔 안테나와 파란 대문과 냉장고의 무게에 차례차례 짓눌리며 질주하는 아빠의 모습은 직유만으로도 한편의 시가 완성될 수 있음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도식적인 대립구도로 도시와 시골, 탐욕과 넉넉한 인심, 개인과 공동체를 묘사하는 방식이 긴장감을 떨어뜨리지만, 불현듯 등장하는 침묵의 이미지가 빚어내는 힘은 그저 그런 가족드라마로 떨어지기 직전으로부터 번번이 <참새들의 합창>을 구해낸다.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지에서 상영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