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무궁화호로 약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춘천은 ‘충동적인 여행’이 가능한 도시다. 춘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진 추억의 상당수가 ‘어느 날 갑자기’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지 않을까? <뭘 또 그렇게까지>의 주인공인 화가 찬우(이동규)도 나쁜 충동을 끄집어내는 춘천의 마력에 사로잡힌 남자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경춘선에 몸을 실은 그는 빨리 오라는 선배의 전화에도 불구하고 남춘천역의 바로 전 역인 김유정역에 내려버린다. 이곳에서 찬우는 미술 전공생인 유정(주민하)을 만난다. 유정은 찬우에게 존경의 눈빛과 기쁨의 호들갑을 동시에 보이고, 그들은 춘천의 곳곳을 함께 여행한다. 여행의 수순은 상상이 가능하다. 대화하고, 걷고, 술을 마시고. 찬우가 유정에게 충동적인 마음을 품을 즈음, 두 남녀를 감시하던 춘천의 또 다른 예술가 민호(조용준)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이 유럽 못지않은 도시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으나, 춘천이 뭔가 기대를 걸게 만드는 도시라는 것에는 공감이 어렵지 않다. 지난주 개봉작인 <서울>과 함께 한국관광홍보영화로 제작된 <뭘 또 그렇게까지>는 춘천이란 도시를 선택하면서 <서울>보다 더 탄력적인 이야기가 가능해졌다. 두 남녀와 그들을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충동이라는 모티브 덕분에 생동감있는 긴장을 갖는다. 물론 충동적인 여행과 그로 인한 남녀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음주, 게다가 춘천이라는 배경에서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돌아가야 할 때와 장소를 모르고 있던 <생활의 발견>의 경수와 달리, <뭘 또 그렇게까지>의 찬우는 춘천을 통해 적절한 개운함을 얻고 서울로 향한다. 겉도는 듯한 배우들의 연기가 아쉽지만, <뭘 또 그렇게까지>는 단순히 관광명소를 전시하려는 의도에 그치지 않고 춘천에 대해 외지인들이 갖고 있는 기대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광홍보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