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3월 이탈리아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13개의 지자체 선거구 가운데 6개 선거구에 깃발을 꽂았다. 이번 선거는 이탈리아 현 총리이자 이탈리아 미디어의 지배자인 베를루스코니의 권력을 더 공고하게 만들었다. 베를루스코니는 3대 민영방송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최대의 영화제작사이며 배급사인 메두사의 소유주다. 그가 소유한 미디어 프로그램의 특징은 저급함이다. 젊고 매력적인 여자들이 미니스커트에 뾰족구두를 신고 TV에 출연해 남자 상의 다림질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을 이탈리아에서 보게 된다면 그건 두말할 필요없이 베를루스코니의 방송사가 제작한 것이다.
1976년작 <파드레 파드로네>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가 된 타비아니 형제는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장악에 줄곧 반대해왔다. 파올로 타비아니보다 두살 위인 빅토리오 타비아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당일에 아내와 손자의 손을 잡고 투표를 했다. 당연히 로마가 소속된 라치오주의 단체장은 야당이 이겨야 한다고 내심 속내를 드러내던 타비아니 감독의 집으로 찾아가, 이번 선거가 영화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지자체 선거가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둡다! 여당은 문화에 대한 철학이 없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이 어두워질 것이다. 여당이 집권당으로 있으면서 문화부문 지원금이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작업하는 데는 지원금이 필요하다. 영화는 경제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데 현 여당은 문화가치를 경제 생산에 비교한다. 문화적 가치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파드레 파드로네>를 만들 때의 사정은 어땠나.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영화는 전쟁과 더불어 아픔을 먹고 성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고목과도 같다고 할까. 물을 주고 가꾸면 좋은 나무로 성장하는 것 아니겠나. 최근에 이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이 달지도 맛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희망은 뿌리다. 이탈리아영화의 첫 세대인 비스콘티, 로셀리니, 안토니오니가 뿌리 속에 단단히 박혀 있지 않나. 내 동생 파올로와 내가 만든 영화를 보면 이탈리아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 수 있다. <파드레 파드로네>는 가난한 영화이다. 당시 현실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자 했다.
-여당의 지자체 승리와 더불어 여당 총수인 베를루스코니 향후 방향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남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영화는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상이 접목한 현실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영화는 현실과 상상을 드나드는 영화다. 영화는 정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영화를 하고 싶지도 않다. 정치는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의 한 부분일 뿐이다. 영화는 더욱 복합적이다. 로셀리니는 말했다. ‘조심해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영화는 떨어져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기억해다오. 환경은 영화를 만들지 않고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다!’라고. 또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신비스러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두드리는 것이다.’
-성장 과정을 조금 알려줄 수 있을까. =전쟁이 끝나고 시작된 네오 리얼리즘 영화를 보며 영화가 나에게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9살이 되던 해에 동생 파올로와 고향을 떠나기로 했다. 떠나면서 우리가 한 각오는 10년 뒤 영화를 하지 않으면 마지막 동전을 털어서라도 총을 사서 죽자는 거였다. 다행히 영화를 해서 지금까지 살아 있지만…. (웃음) 음악이나 문학을 선택하지 않고 영화를 선택한 것은, 삶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예술이든 표현의 장르다. 그런데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표현과 가장 가까웠다. 우리는 그렇게 믿고 영화를 위해 살기로 했고, 영화를 위해 살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왜 형제가 같이 했던 걸까.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나? 뜻이 맞아서일 뿐.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자연, 자연스러운 것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한다. 많은 신비와 힘을 갖고 있다. 삶은 카오스다. 이 카오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이라도 섭취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영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