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가 테크놀로지에 민감한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가 피터 잭슨과 함께 <땡땡의 모험: 유니콘호의 비밀>을 3D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그러나 밀림 속에서 악전고투했던 베르너 헤어초크가, 고전영화를 떼놓고 설명하기 힘든 마틴 스코시즈가 테크놀로지의 최전선에 위치한 3D영화를 만든다면 얘기는 한참 달라질 수밖에 없다. 놀랍게도 두 노익장 감독이 불과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3D영화를 찍을 계획을 발표했다.
헤어초크는 지구상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로 알려진 쇼베동굴 탐험 다큐멘터리를, 스코시즈는 1930년대 죽은 아버지가 남긴 자동차 인형을 수리하면서 기차역에 사는 12살 고아 소년의 판타지모험물 <위고 카브레의 발명품>을 연출한다. 헤어초크는 아직 구체적 방향을 밝히지 않았으나, 그간 자신이 3D영화에 가졌던 냉철한 분석을 반영할 계획. 그에 반해 스코시즈가 연출하는 아동물의 윤곽은 좀더 뚜렷하다. 내년 연말 개봉을 목표로 <에비에이터>의 존 로건이 각본작업을, 벤 킹슬리, 사샤 바론 코언, 아사 버터필드, 크로 모레츠 등이 캐스팅됐다. 영화는 6월 런던에서 크랭크인해 내년 12월9일 개봉할 예정이다.
두 감독의 3D 제작 발표는 결국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3D 제작붐을 여실히 입증하는 사례다. 올해 20편이 넘는 3D영화 제작 소식이 들리는 할리우드에선, ‘3D영화라면 얼마든지 돈을 대줄 수 있다’라는 제작사의 각오가 나돌 정도. 불과 얼마 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스코시지는 “앞으로 영화는 <아바타>처럼 변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바야흐로, 불편한 입체안경 없이 영화보기 힘든 날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