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패기 넘치는 청년 유타카(니시지마 히데토시). 결혼을 앞두고 이스턴 에어라인 방콕 지사로 발령받은 그는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업무 처리로 인정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유타카는 관능적인 여성 토우코(나카야마 미호)를 만나고, 첫눈에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약혼녀 미츠코(이사다 유리코)의 순정을 뒤로한 채 그는 토우코와의 비밀스럽고 짜릿한 연애에 탐닉한다. 그러나 토우코와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규정하려면 탄탄대로로 펼쳐진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혀야만 한다.
이 사랑에 누가 먼저? 라는 질문은 중요치 않다. <사요나라 이츠카>는 두 남녀에게 갑작스레 닥친 감정 앞에서 멈칫한다. 과연 이 사랑에 모든 걸 걸어볼 수 있겠느냐고? 토우코쪽의 대답은 확실하다. 잃을 게 없는 그녀에게 사랑은 절대적인 선택지다. 반면 유타카에게 ‘토우코’란 여성은 풀기 어려운 질문이다. 정숙한 약혼녀가 탄탄한 미래라면 관능적인 토우코는 위험천만한 현재다. 유타카는 사랑을 말로 확인받아야 안심하는 약혼자라는 따분한 현재와 육체적 본능에 충실한 토우코쪽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쓰지 히토나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운명을 극대화한다. 열정이라 간과했던 순간이 사랑으로 변모하고, 사랑이라 믿었던 날들이 회한으로 변질될지 모르는 잔인한 과정. 감독은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대신 두 남녀에게 닥친 질긴 고리를 끊임없이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기억을 거듭할 만한 멜로영화의 수작들이 여럿 차용된다. 세월을 거듭나도 지울 수 없는 두 남녀의 인연의 끈이 <첨밀밀>과 닮아 있다면 비밀스럽고 아픈 사랑의 회한은 <화양연화>에서 빌려온 듯하다. 1970년대 방콕을 무대로 한 러브 스토리는 장장 25년을 넘나든다. 질문은 가열차지만, 사실 영화가 제대로 된 해답을 얻었는지는 미지수다. 열정이라 기술하기에, 사랑이라 토를 달기에 두 남녀가 일으키는 화학작용은 어쩐지 반쯤 모자란다.
콘텐츠와 별개로 영화 외적인 진행 방식은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국인 제작사와 일본 배우, 타이 로케이션라는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한 제작방식은 제작비 지원이라는 전통적인 합작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제안이다. 이 경우, 일본 배우의 캐스팅이 먼저 개봉한 일본시장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나카야마 미호의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며 일본에서 135억원의 높은 수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