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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빚어내는 활기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
김성훈 2010-04-14

synopsis 1979년 여름, 일본의 한 시골 마을. 마마라치(이치하라 하야토)가 이끄는 7명의 악동 ‘우리들’팀에 적수가 나타난다. 새로 부임한 경찰관 추자이산(사사키 구라노스케)이 과속 단속을 깐깐하게 한 것이다. 불만을 품은 우리들팀은 경찰관을 골탕먹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로 과속을 하고, 그의 책상 위에 몰래 성인잡지를 올려놓는 등 여러 작전을 펼치지만, 경찰관은 호락호락 넘어가질 않는다. 옆 마을 불꽃축제 때, 화약을 훔치려는 우리들팀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이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은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성장 버전이라 할 만하다. 견원지간(犬遠之間)의 아이들과 경찰관이 2년 동안 티격태격하다가 서로를 알아간다. 그리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삶의 교훈을 깨달으면서 한 단계 성장한다. 아이들은 이치하라 하야토를 비롯한 청춘 스타들이, 기성세대인 경찰관은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냉정하고 지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사사키 구라노스케가 맡아 안정된 구도를 이룬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전개와 캐스팅 조합의 성장담, 너무나 익숙하다. 2000년대 팬시상품처럼 쏟아져 나온 일본 청춘코미디 장르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지겹다.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장르인 만큼 장단점도 뚜렷하다. 장점은 쉴새없이 벌어지는 아이들의 코믹한 작전이다. 경찰관의 오토바이 안장에 본드를 발랐다가 도리어 자신들이 된통당하는 장면이나 과속 단속 기계의 전파를 방해하기 위해 아이들이 단체로 금관악기를 들고 걸어가는 장면은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인데도 에너지가 넘치고, 제법 웃긴다. 이는 <시효경찰> <사토라레> 등 전작에서 보여준 쓰카모토 렌페이 감독의 장기다. 또 인베이더 게임, 편의점, 소니 워크맨 등 70년대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문화를 엿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단점은 아이들의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나열만 함으로써 단발성 웃음에 그친다는 것.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다소 지루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무엇보다 경찰관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묘사되지 않아, 극이 서둘러 봉합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은 청춘이 빚어내는 활기 덕분에 전체적으로 흥겹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영화다. 18개월 동안 접속 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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