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결혼식을 올린 지 두달 만에 진우(유지태)는 식물인간이 된다. 병상에 누워 간신히 숨만 쉬는 남편 진우를 깨워보려고 연이(윤진서)는 갖은 애를 쓰지만 별 소용이 없다. 결혼식 비디오를 보며 한숨 쉬는 연이 앞에 진우의 동생 진호(유지태)가 나타난다. 진호는 진우와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진호는 연이의 삶에 조금씩 개입하려 들고, 진호의 손길을 차갑게 거부하던 연이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한 여자를 사랑한 형제의 비극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중독>(2002)에서 대진(이병헌)은 형수인 은수(이미연)를 사랑한다. 형제는 동시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먼저 깨어난 대진은 형의 영혼이 빙의됐다고 주장하면서 은수에게 다가선다. <비밀애>에서 <중독>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외려 자연스럽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형을 대신해 진호는 형수인 연이의 육체를 탐한다.
<중독>과 달리 <비밀애>의 형제는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다. 굳이 빙의와 같은 초자연적 혹은 심리적인 설정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주위에서 금기의 선을 넘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일도 없다. <중독>의 대진과 달리 <비밀애>의 진호는 그냥 진호다.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전적으로 연이다. 연이가 몇년 전 자신을 산에서 구조해준 이가 진우가 아니라 진호일지 모른다고 여기는 순간, 두 남녀는 한몸이 된다.
“우리는 사랑은 운명이라고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진정한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과 같다. <비밀애>는 운명론적 사랑과 그 균열로 인한 혼란을 그린 영화”다. 류훈 감독은 “사랑은 운명이야!”라고 외치는 다른 멜로영화들과 달리 <비밀애>는 “사랑은 과연 운명인가”라고 되묻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사랑은 과연 운명인가, 라는 이 질문을 위해 <비밀애>는 형 진우를 ‘기적적으로’ 살려낸다. 진우는 얼마되지 않아 동생과 아내의 사이가 연인 사이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인 연이를 되찾기 위해 ‘역할 바꾸기’라는 위험한 놀이를 꺼내든다. 금기의 치정극은 이제 미스터리 복수극으로 탈바꿈한다. <중독>에서 동생은 형을 흉내냈고, 형의 그림자를 입고 형수를 차지했다. <비밀애>에서 형은 동생을 흉내내면서,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으려 한다.
<비밀애>는 꽉 들어맞는 듯한 정합적인 구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약점도 있다. 특히 연이는 후반부에 이르면 쌍생아의 사투에 밀려 거의 빈 존재가 된다. 영화의 마지막.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였어?”라는 물음에 연이는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이라고 답하지만, 이는 뒤늦은(정확히는 의미없는) 독백처럼 들린다. 형제들의 ‘역할 바꾸기’도 모방이라는 욕망의 내밀한 특성을 드러내려다 멈춰 선다. <비밀애>는 ‘비밀스런 사랑’을 비교적 촘촘하게 묘사하지만, ‘사랑의 비밀’까지 파고들지는 못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