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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의 제이슨 본’ <그린존>
김도훈 2010-03-24

synopsis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미 육군의 로이 밀러 준위(맷 데이먼)는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해서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바그다드로 온다. 밀러 준위의 소대는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수색작전을 펼치지만 작전은 매번 실패로 돌아간다.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자체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밀러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방부 요원 파운드스톤(그렉 키니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CIA 요원 마틴 브라운(브렌단 글리슨)의 도움을 받아 미 정부의 더러운 음모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그린존>은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군의 특별 경계구역을 의미한다. 미군은 2003년 사담 후세인의 정권이 붕괴한 뒤 후세인의 바그다드 궁전을 개조해 전쟁 속 낙원을 만들었다. 그린존의 미국인들은 낙원 속 수영장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스테이크를 목구멍에 씹어넣으며 대량살상무기라는 허수아비를 홍보했다. 그린존의 좋던 시절은 끝났다. 부시는 내려오고 오바마가 올라섰다. 사담 후세인은 죽었고 친미 꼭두각시 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대량살상무기는?

<그린존>은 전직 <워싱턴 포스트> 바그다드 특파원 라지브 찬드라세카란의 논픽션 <그린존>(Imperial Life in the Emerald City)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와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간단하다. 애초에 대량살상무기 따윈 없었다는 거다. 폴 그린그래스는 원작이 담고 있는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이라크전 당시 대량살상무기 수색대 팀장이던 리처드 몬티 곤잘레스가 자문을 맡고, 역시 수색대로 활동한 군인들이 영화 속 수색대 요원으로 직접 출연한다. 이런 건 그린그래스의 장기다. 그는 이미 <블러디 선데이>와 <플라이트 93>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다큐멘타리 스타일로 재현하는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린그래스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린존>은 숨막히는 핸드헬드와 광포한 편집을 통해 결국 이것이 또 다른 그린그래스표 액션영화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사실 이 영화의 정치적 메시지는 너무 늦게 도착했고 딱히 중요하지도 않다. 2010년의 우리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대신 <그린존>은 오로지 바그다드 포연 속에서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증폭시키는 데 화력을 집중한다. 좀 구태의연하긴 하지만 ‘바그다드의 제이슨 본’이 부제로는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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