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외로운 소녀 데유(지자 야닌)는 어느 날 의문의 조직에 납치당할 위험에 처한다. 낯선 남자 사님(카주 패트릭 탕즈)이 그녀를 구해주고 이후 그녀의 삶은 180도 바뀐다. 데유를 납치하려 했던 거대 인신매매조직에 맞서 싸우는 사님과 친구들을 알게 된 것. 그들 모두 사랑하는 연인을 이 조직에 납치당해 참혹하게 잃은 경험이 있다. 데유도 그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고된 수련 과정을 시작한다. 데유는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청하고, 다시 한번 납치되기를 기다린다.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지자 야닌의 출연작 <초콜릿>이 ‘여자 <옹박>’으로 불렸던 것은 워밍업에 불과했다. <옹박: 무에타이의 후예> <옹박: 두번째 미션>의 연출자 프라차야 핀카엡이 제작을, <옹박: 더 레전드>의 각본가 판나 리티크라이가 무술감독을 맡았으며 지자 야닌이 업그레이드된 액션을 담당한 <레이징 피닉스>야말로 진정한 ‘소녀 버전 <옹박>’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레이징 피닉스>의 컨셉은 한줄로 정리할 수 있다. ‘(배우 정유미와 인상이 비슷한) 조그맣고 귀여운 소녀가 무시무시한 맨몸 액션을 대역없이 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허술한 내러티브에 딴죽을 거는 일은 무의미하다. 대신 낯선 액션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이 영화의 관건이다. 액션의 내용 자체는 꽤 놀랍고 흥미롭다. 태권도와 가라테, 애크러배틱 등 고난이 기술을 섞은 무술 ‘트릭츠’, 성룡의 전매특허를 역동적인 비보잉 기술과 뒤섞은 타이식 취권, 페어 아이스댄싱을 연상시키는 액션, ‘파워 스킵’(칼이 부착된 ‘스카이콩콩’ 종류)을 탄 채 구사하는 기술. 한마디로 팔다리를 포함한 전신을 타격 도구로 사용하는 온몸 액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레이징 피닉스>가 보여주는 액션의 화려한 모양새와 안무는 충분히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대신 편집이라든가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안겨줄 수 있는 잔재미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화면은 지나치게 정직하고 감정선은 큰 설득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여주인공에 대한 설정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양자경을 잇는 차세대 액션 히로인으로 급부상한 지자 야닌의 독특한 장점을 강조하는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여성의 육체를 가진 남성’과 같은 기존의 액션 히로인의 위치를 답습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