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각국 제후간의 전쟁이 치열하던 춘추전국시대,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양나라의 늙은 병사(성룡)가 있다. 그는 가슴에 가짜 화살촉을 붙이고 죽은 시늉을 해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여느 때처럼 죽은 척하여 살아남은 어느 날, 그는 병사들의 시체 가운데서 부상당한 위나라의 장군(왕리홍)을 발견하고 그를 포로삼아 고향으로 향한다. 한편 형을 죽이고 위나라의 황권을 차지하려는 장군의 동생 문공자(유승준)가 병사와 장군 일행을 추격한다.
큰 병사와 작은 장군. ‘대병소장’(大兵小將)이란 제목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전쟁터가 배경이지만 <대병소장>의 관심은 장군 대신 병사, 비극보다 희극, 벌판 대신 오솔길에 있다. ‘떼신’으로 대변되는 중국 역사극 블록버스터와 달리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대병소장>으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제작, 기획, 무술에 출연까지 맡은 성룡은 중국인에게 친숙한 전쟁사극과 자신의 개인기를 살릴 수 있는 로드무비를 결합해 대륙 공략을 시도하는데, 이는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성룡의 애크로배틱한 ‘연기’가 두드러진다. 굳이 ‘연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성룡의 액션 파트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양나라의 노병을 맡은 성룡은 영화에서 줄행랑 연기에 집중한다. 피하고 도망치고 막는 것이 그의 주요 임무다. 그런데 연기(만) 하는 성룡의 모습을 보는 게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가짜 화살촉, 가짜 피주머니 등 영화적 장치를 웃음의 도구로 사용하고, 중년배우의 주름과 연륜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성룡의 연기는 액션배우 그 이후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성룡의 몫이 빠진 액션을 대신하는 건 위나라 장군 역을 맡은 왕리홍과 추격자인 문공자 일행이다. <색, 계>에서 탕웨이의 이뤄지지 못할 연인으로 출연했던 왕리홍은 액션연기와 더불어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을 선보이며, 이 영화로 배우 신고식을 치른 유승준은 신인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연기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기자기한 잔재미에 비해 영화의 큰 흐름이 너무 엉성한 건 아쉽다. 왜 출연했는지 존재의 이유가 희박한 조연 캐릭터도 있으며, 몇몇 인물은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갑자기 건너뛴 결말에서 허무하게 퇴장한다. 작은 즐거움은 누릴 수 있지만, 크게 만족할 수는 없는 작품이다.